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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 '법대로 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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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prevent
  • 날짜2017-04-26 16:01:11
  • 조회수912
법대로 하면 안 된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그런데 실제로 대학 내 성희롱 사안에 관하여는 ‘법대로 하면’ 문제가 생긴다. ‘업무·고용 등’의 관계, 대학의 ‘종사자’, ‘지위 이용’이나 ‘업무 관련’과 같은 법률상 요건을 그대로 따르면 대학 내 성희롱의 상당수는 규제의 그물망에서 빠져 나간다.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가해 학생은 그 지위를 이용하였거나 또는 업무에 관련하여 가해 행위를 했던 것일까? 학생은 대학의 ‘종사자’가 아니며, 학생 간의 관계에서는 ‘지위 이용’이나 ‘업무 관련’ 요건을 충족하기도 어렵다는 기가 막힌 진실!

자체적인 성희롱 예방규정에서 「양성평등기본법」 등의 관계 법률이 정하는 성희롱 정의규정을 그대로 따르거나 또는 일부만 변용한 대학들이 아직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어느 대학에서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자체규정에서 법률상의 요건을 완화하여 그 적용범위를 넓혀 놓았더니 이것이 위법하다는 이의가 들어온 적도 있었단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성희롱 예방을 위한 자체규정에서 법률상의 정의규정보다 더 많은 내용을 포괄할 수 있게 정하였더라도 이는 위법하지 않다. 서울대의 경우에도 자체규정 상의 성희롱은 ‘업무·고용 등’, ‘지위 이용’, ‘업무 관련’과 같은 제한요건을 모두 배제하고 “성범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상대방의 성적 굴욕감,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로 정의되어 있다. 이 규정에 근거하여 ‘현행 법률에 따른 성희롱에는 해당하지 않는’ 학생 사이의 성희롱에 대하여도 적법·정당한 처분이나 조치가 꾸준히 내려지고 있다. 
 
© 박찬성 변호사


대학의 자체규정이 법률보다 더 넓은 범위를 규율하고 있다면 위법하다는 주장은 법정에서도 제기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03. 8. 22. 선고 2002누16865 판결). 조금 어려운 법적 용어를 빌자면, ‘모법(母法)의 위임한계를 넘어 근거 없이 제재범위를 확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법률상의 성희롱 정의규정 대상범위 이내에서만 대학 자체규정이 성희롱 개념의 내용을 정해야 한다는 명문의 근거규정은 없다. 따라서 관계 법률이 대학 자체규정의 모법으로서 법률상 정의규정이 제한해 놓은 범위 이내에서만 성희롱 개념을 정하라고 위임한 것도 아니다. 법원은 대학의 성희롱 예방을 위한 자체규정이 대학의 학칙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치는 헌법상 보장되는 것이므로 성희롱 개념의 내용이 법률상의 그것보다 조금 더 넓게 정해져 있더라도 이는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서울대와 거의 흡사한 자체규정에 따라서 학생에게 징계처분이 내려진 모 대학의 최근 사안에서도 법원은 대학의 근거규정 자체가 적법함을 전제하고 판단하였다(광주고등법원 2014. 10. 20. 선고 2014누538 판결). 

성희롱은 법으로 규제되기 전부터 발생해 왔던 사회적 현상이다. ‘업무·고용 등’의 관계라는 협소한 틀 내에서 현행법이 정의하는 바로 그것만이 위법한 성희롱의 전부는 아니다. 법에서 정한 것만이 성희롱이라면 관계 법률의 정의규정상 개념도 모두 동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여러 법률상의 정의규정 내용조차도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보더라도, 현행법은 성희롱에 해당하는 다종다양한 사회적 현상들 중에서 그 일부분만을 구체적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 이해함이 옳을 것이다.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즉, 특정한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에 따라서 그것이 불법행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족할 뿐, 고용관계에 한정된 성희롱만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업무·고용 등’ 관계는 아니더라도, 발생한 성적 표현행위가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다면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규제되어야 할 것이 충분히 규제되고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법이 모든 상황을 촘촘히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다행히 우리 법원은 전향적 해석을 통하여 대학 내 자체규정으로 법적 공백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성희롱에 관하여 아직도 ‘법대로만’ 규율하고 있는 대학이 있다면 조속히 관계규정을 정비할 것을 권한다.

*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찬성 변호사 ‧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polics82@snu.ac.kr)

source: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310&aid=000005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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