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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 성희롱 vs 성희롱 아닌 괴롭힘
  • 카테고리뉴스
  • 작성자prevent
  • 날짜2017-05-24 10:27:16
  • 조회수681
기사입력 2017.05.23 오후 6:37

흥미로운 사안 하나를 자문한 적이 있다. 어느 공공기관에서 상급자 남성이 하급자 여성에게 업무와 별 관련이 없는 사적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전화 연락 등을 반복했기에 성희롱으로 진정이 접수되었단다. 이 같은 행동을 성희롱으로 보아 징계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물음을 보내왔다. 

메시지와 통화 내용을 살펴보니, 일방적인 연락을 받았던 여성의 입장에서는 당혹감과 불편함, 불쾌함을 느꼈으리라는 점을 공감할 수 있었다. 직장 내의 상급자와 하급자일 뿐 평소에 사적인 대화를 나눌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더구나 연락을 받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사적 대화를 따로 나눌 만큼 더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평일이건 휴일이건 연락이 오고 있다면 당연히 불편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하급자 여성의 주관적인 불쾌감과는 별도로, 이러한 상급자의 행위가 과연 ‘성희롱’에도 해당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추가적 판단을 요한다. 사안에서 메시지와 통화 내용상으로는 사회통념상 성적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볼 만한 언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성희롱이 인정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성적 언동’이다. 행위의 주체가 남성이었고, 그로부터 피해를 입은 객체가 여성이었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성희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쾌감은 다양한 이유에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방이 불쾌감을 느꼈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성적 불쾌감’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적 함의를 담고 있는 말이나 행동을 반복하면서 상대방이 원치 아니함에도 연애 등 교제를 요구하는 행위가 있다면 이는 성적 괴롭힘, 즉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스토킹’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 ‘지속적 괴롭힘’에 관한 우리 법 규정을 보면 연애 등 교제를 강요하는 등의 목적이나 의도를 반드시 요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성희롱에도 해당하는 스토킹의 사례를 다수 찾을 수 있지만, 모든 스토킹이 반드시 성희롱인 것은 아닌 셈이다. 

‘피해자’로서 내담한 이들이, 자신이 받은 ‘피해’가 성희롱 또는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고, 그래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여기에 밝힙니다.’ 라고 용기 내어 주장했는데, 상담기관 등으로부터 성희롱에는 이르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게 된다면 마치 ‘성희롱도 아닌 별 것 아닌 것에 괜한 호들갑을 떠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만 같다. 성희롱과 그 밖의 괴롭힘에 대해서 정확하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세상에는 없지 않으므로, 실제로 이와 같이 오해되는 경우도 아마 적지는 않을 것이다. 

위 사안에 대해 자문할 때 신신당부하면서 덧붙였던 말이 있다. ‘성희롱도 아니라는데 왜 예민하게 굴어서 문제를 일으키느냐’ 라는 식으로는 절대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 비록 사안이 성희롱이라고 볼 수는 없더라도 해당 사안의 피해자는 적어도 주관적으로는 상당한 정도의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꼈으리라고 충분히 인정될 수 있으리라는 것. 그러니, 성희롱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해를 호소한 이에게 도리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거나, 피해를 호소한 이가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어 나가면서 적극적인 문제제기도 늘어나고 있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각 기관 차원의 노력도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제기되는 사안 중에는 이를 반드시 성희롱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들도 간혹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 굴욕감을 주거나 불쾌감을 주는 모든 것이 성희롱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희롱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에는 몇 가지 요건에 관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성희롱 피해자들 중에는 본인이 입은 것이 성희롱 피해인지 여부를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상태에서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거꾸로, 모종의 피해를 입었고 주관적으로는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요건에 비추어 성희롱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없지는 않다. 이처럼, 성희롱 해당 여부에 관하여 피해자 개인이 홀로 온전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제기가 있었다면 성희롱 피해를 입었든 혹은 성희롱 아닌 다른 형태의 괴롭힘을 받았든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인지 여부 그 자체에 우선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한다. 세상에는 성희롱 이외에도 다종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성희롱도 아니라는 데, 왜 구태여 문제를 일으키느냐’ 라는 식의 접근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찬성 변호사 ‧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polics82@snu.ac.kr)

Source: http://www.womennews.co.kr/news/11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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