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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는 법
  • 카테고리뉴스
  • 작성자prevent
  • 날짜2017-06-07 13:36:28
  • 조회수1361
© 뉴시스·여성신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말했다. 악행의 특성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밀리에 행해지는 데에 있다고. 악행이란 드러나 있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보편타당한 것에 반하기에 차마 내놓고 행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악이다. 성희롱·성폭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적 목적을 가지고 여자화장실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거나 ‘몰래카메라’를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굳이 법조항을 들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이미 안다. 동의 없이 상대방의 신체를 만지는 것, 성적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이 큰 잘못이라는 것쯤은 예방교육을 1년마다 이수하지 않더라도 동물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머리로는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오늘 여자화장실에 두 번 몰래 들어갔다 왔는데 들키지도 않았고,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역에서는 몰래카메라를 60장이나 찍어 왔어요. 엄마, 나 오늘 잘했지요?” 라거나 “출장 다녀오는 길에 부하 여직원한테 ‘저 앞에 모텔도 있는데 같이 자고 갈까?’ 라면서 손목을 잡았더니 싫어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좋아하는 기색이던걸. 나 정말 용기 있게 잘 한 것 같지, 여보?” 라고 말할 수 있는 ‘철면피 강심장’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면전에서 떳떳하게 드러내 놓고 밝힐 수 없는 말과 행동이라면 그 어느 누구 앞에서라도 그러한 언동은 결코 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나의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과 행동은, 또한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상처를 주는 가시일 뿐이요, 떳떳이 드러낼 수 없는 악행일 뿐이다. 말과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혹여 이것이 내 가족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언동일까 하는 점을 다만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지금보다는 좀 더 줄여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더. 예방교육에서 늘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성희롱·성폭력의 예방은 인권 차원의 상호존중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 그래서 ‘나’를 중심에 두기에 앞서 상대의 입장과 상황, 관점과 의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일 수 있는 여유와 그 실천이야말로 어쩌면 성희롱·성폭력 예방의 처음이자 끝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누군가의 명시적 거부의사가 있었을 때 이를 반드시 거부의 의미로서 받아들여야 함은 당연하거니와 여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설령, 내 면전의 상대방이 명시적 거부 또는 분명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나의 언동에 대한 동의나 긍정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대한 보다 예민한 감수성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예방교육 강의를 준비하던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미소 짓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내가 행복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나의 내면에서 나는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Just because I smileit doesn’t mean I’m happy. I might be crying inside.).’특히 위계서열상 상하 지위가 분명한 관계에서 ‘윗사람’의 지위에 있는 이라면, 행여 부지불식간에 내가 한 말과 행동이 의도치 않게라도 내 앞의 누군가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하며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설령 그 누군가가 내 앞에서 겉으로는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말이다.

지난 1주일 사이에 우리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참으로 다종다양한 성희롱·성폭력 소식을 또 다시 접할 수 있었다. 통탄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 절망하여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뾰족한 해법을 기대하고 이 글을 읽은 독자에게는 정말 실망스러운 내용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삶의 행동양식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바꾸어나갈 수 있는 것이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사유 이외에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깨어 있는 우리 모두의 작은 노력이 성희롱·성폭력 없는 세상을 향한 싸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찬성 변호사 ‧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polics82@snu.ac.kr)

Source: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310&aid=0000059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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