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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대학원 신문 "대학 내 인권센터의 중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
  • 카테고리소식
  • 작성자원경주
  • 날짜2017-06-12 13:35:26
  • 조회수145
[쟁점기획] 대학 내 인권센터의 중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

고대대학원신문 2016년 11월 호



원경주 변호사·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어느 단과대학의 한 대학원생 선배가 인권센터를 찾아와서 좁은 학계에서 문제제기에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이 ‘내 탓이다’라는 생각만이라도 덜 할 수 있도록, 심리적 자책을 덜고 나아가 문제가 생기는 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미리 알도록 모임을 마련할 테니 그 자리에서 인권센터의 역할을 알려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갔다. 대학원생의 초상을 그린 웹툰을 읽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 측의 활발한 자치활동의 흐름에 마주친 때와도 맞물리는 현재는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근무하게 된지 3년을 채워가는 무렵이다.

서울대학교에서는 2000년 말 성희롱성폭력상담소가 개소하였고, 고등교육의 현장은 ‘성희롱’이라는 개념정립의 장을 제공하였다. 이후 십여 년이 지나 2012년 여름 인권센터로 확장개편되었다. 현재 서울대 인권센터에는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상주하여 학부생, 대학원생, 교직원들 관련 인권문제의 상담과 조사를 하고, 온라인과 현장에서의 인권/성평등교육을 병행하며, 국내외의 인권이슈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토론의 장을 주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권센터는 누군가 말할 수 없던 것에 관하여 먼저 목소리를 낼 때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학내에 많은 이슈와 쟁점을 품은 사건 당사자들을 만나거나 전화상으로 대화를 나누며, 개인의 삶에서 매우 낯설지만 일상을 잠식해가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과 처음 맞닿는 초기 상담은 인권센터에 있어 각 사건의 시작점이다. 피해자 내지 신고인 또는 조정신청인들과의 상담을 계속 이어나가며, 문제된 행위자인 상대방과의 연락과 면담, 조정·조사·심의를 진행하고, 학내 조치를 요청한다. 비교적 다툼이 심한 사안에 대하여 열리는 인권센터의 심의위원회는 비공개 상태에서 작은 공론장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재발방지를 위한 서약과 인권/성평등교육 및 진정한 사과를 위한 당사자와 공동체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과정이 병행되기도 한다. 때로는 공식조치에 관하여 결론을 내리는 징계위원회 등 내부 행정절차와 외부 민·형사절차에 조사자나 자문역으로 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권센터의 역할은 학내 규정상 정해진 절차만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의 실제 목소리가 담긴 사건별로 다양하게 쌓여왔고 하나의 히스토리가 되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인 면이 많다. 문제되는 사실의 판단과 적정한 책임을 감당하는 조치의 권고 및 결정 이외에도, 피해자의 일상회복과 가해자에 대한 인권/성평등교육, 당사자들이 소속한 공동체에 대한 교육 그리고 학과나 단과대학, 학교 전체 차원 제도개선 권고 등 다양한 조치 중 각 사건별로 알맞은 조치를 매일 고민하는 과정은 안개 속에서 새로운 무엇을 찾아 헤메는 것과도 같고, 이제껏 알던 전문지식은 하나의 편린일 뿐이다. 누군가의 비유처럼 불빛이 커질수록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경계선도 길어지는 원리로, 차마 말하기 힘든 인권의 사각지대는 더욱 폭넓게 인지되고 있다.

대학원생의 인권문제는 더욱더 사각지대 속에 놓여 있었다. 2012년 학내 전 구성원에 대한 인권실태조사와 2014년 대학원생에 대한 집중적 설문조사는 대학원생이 놓인 현 상황과 고등교육의 실태를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2016년에도 인권실태와 교육연구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행할 예정이다. 대학원생의 연구자와 피교육자로서의 이중적 지위로 인해 대학원생의 작업과 노동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놓이기도 하였다. 또한 전문행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데에서 고등교육상 위계관계에 놓인 연구실 선배와 후배 사이, 교수와 제자 사이의 갈등이 촉발되는 여러 사례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인권센터는 때로 자연스럽게 공론화 흐름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인권센터는 당사자와 행정기관, 교육 당국 사이에서 상대적 약자에 대해 보호막을 제공하고, 사건 당사자 간 소통이 필요한 경우 대화의 장을 열며, 동시에 언제든지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제3자와 관계자들을 위하여 갈등해결의 매뉴얼을 알리는 역할도 함께 수행할 수 있다.

먼 길을 돌아 어느 대학원생 선배의 질문에 답하고 싶다. 인권센터는 고등교육의 당사자들이 흔히 스스로에게 던지는 ‘내 탓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내가 얽힌 하나의 사건을 정리해 나가면서 나와 학내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자책감과 불안감만큼 연구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좀먹는 것은 없다. 인권센터는 독립된 학내 기구로서 전문가의 비밀유지의무에 의한 보호막을 제공하여, 이미 사건의 피해내역과 정황을 진술한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앞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겪을 수 있는 2차 피해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의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단답으로는 불가능하다. 사건의 해결에 연이은 열린 토론의 과정에서 학내 기구에 대한 신뢰는 쌓여갈 것이다. 인권문제 속에서 무력해진 당사자의 힘내기와 앎, 그리고 다가가기에서, 학내 갈등해결을 위하여 주력하는 인권센터의 동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운신하기 어려운 연구공간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많은 대학원생들에게, 그동안 하기 어려웠지만 해야 하는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대신 전달하면서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희망부터 전하였으면 한다. 각 대학 내 인권센터가 그 희망에 대한 충분한 응답을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고등교육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용되기 위한 소통의 통로로 기능하기를 바란다.0

http://www.koreapas.com/bbs/view.php?id=kutimes&no=8367


원경주 전문위원(02-880-2425, paul39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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