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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 성희롱 2차 피해와 양성평등기본법
  • 카테고리뉴스
  • 작성자prevent
  • 날짜2017-06-20 13:27:19
  • 조회수1401
© 여성신문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회유와 사건 은폐, 그 밖의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 법은 명문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 제5항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은폐된 사실이나 성희롱에 관한 고충처리 또는 구제과정 등에서 피해자의 학습권·근로권 등에 추가 피해가 발생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 2차 피해를 유발한 관련자의 징계 등을 관련자 소속 기관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동법 시행령은 국가인권위원회나 법원,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기관에서 위와 같은 2차 피해 발생사실을 확인하였을 때 여가부 장관에게 이를 통보해 주도록 여가부 장관이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위 법에 따른 징계요청이 있은 때에 해당 기관장으로 하여금 그 조치 결과를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시되어 있다.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응분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본적 근거가 확보되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위 규정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는 피해 사실확인의 방법과 절차에 있어서 피해자가 어떻게 하면 본인의 의사를 관계 부서에 직접 전달 또는 표명할 수 있는지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법률과 시행령 조항을 보면 여가부 장관의 2차 피해 사실확인은 국가인권위원회나 법원,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검찰청, 경찰청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유관기관이 2차 피해 발생사실을 인지하였을 때에 이를 반드시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하는 규정상의 의무를 지는 것도 아니다. 여가부 장관이 그 통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정해두고 있을 뿐이다.

규정이 느슨하더라도 실제 관행이 이를 든든하게 보완해 준다면 별 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 과연 그러한지는 의문이다. 피해자의 의사를 오롯이 반영하고 피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의 통보라는 간접적 절차 이외에, 피해자가 여가부 관계 부서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신설하거나 또는 적어도 유관기관의 사실인지가 있었을 때 여가부 장관에게 이를 반드시 통보하도록 하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법은 2차 피해 관련자의 징계 등을 관련자 소속 기관장에게 요청하도록 정한다. 만일 2차 피해를 유발한 관련자에 소속 기관장도 포함된다면 이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행법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하여는 침묵한다. 법에서 정하지 않더라도 기관장에 대한 제재나 조치 등을 건의하는 방식은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다만, 징계와 같은 제재를 다루는 조항이니만큼 가급적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촘촘하게 규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책임이 있다면 기관장도 제재의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해 두는 것 그 자체에 나름의 억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징계요청이 있었을 때 그 요청에 따른 적정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온당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 여가부 장관이 어떠한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 현행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 제21조 제3항은 여가부 장관의 징계요청이 있은 때의 해당 기관장 조치결과 통보 회신에 대하여 정해두고는 있다. 하지만 이 뿐이다. 언제까지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지, 징계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솜방망이’ 조치만이 있었을 때에 여가부 장관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아무 내용도 찾을 수 없다.

이에 관해서는 감사원법이 좋은 비교 사례가 될 것이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으로부터 파면 요구가 있은 때에는 소속 장관이나 임용권자가 그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징계의결을 요구하고 그 의결이 있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그 결과를 반드시 감사원에 통보하도록 구체적인 기한을 명시하여 정한다. 파면을 요구했으나 그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가 내려진 때에는 바로 위 상급기관의 징계위원회에 감사원이 직접 심의 또는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감사원으로부터 징계 요구 등을 받은 기관장이 절차에 따른 처분을 감사원이 정한 날까지 반드시 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여가부 장관의 징계요청 권한도 감사원법 규정만큼 세세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법령상에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기관에서 ‘성범죄 대리합의’를 사안과 무관한 제3자에게 요구하였던 일로 물의를 빚은 모양이다. 이 또한 사안 은폐나 무마의 문제라는 점에서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인식과 문화의 개선을 통한 2차 피해의 예방이 중요하다. 그러나 필요한 때라면 강력한 제재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도 또한 중요하다. 개선입법 이전이라도 현행법상의 2차 피해 관련 규정에 터 잡은 실효적 조치가 보다 폭넓게 시행되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찬성 변호사 ‧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polics82@snu.ac.kr)

Source: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310&aid=000006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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