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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 피해자를 위한 기다림
  • 카테고리뉴스
  • 작성자prevent
  • 날짜2017-06-21 15:52:28
  • 조회수1381

© 여성신문
‘왜 이제 와서 그러나요? 정말로 피해를 입었던 거라면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는 그때 바로 신고했었을 것 아니에요? 지금에서야 신고한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성희롱·성폭력 가해자들이 가해사실을 부인하려 할 때 종종 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가해자 아닌 이들도 이와 같이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희롱·성폭력 사안에 관한 경험이 적은 사람들 중에는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자가 그 즉시 또는 직후에 이를 신고하거나 문제제기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사건 발생 즉시 또는 그 직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늦은 시점에서야 문제제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관계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아주 많다. 자신의 피해가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는지 미처 확신하지 못해서 고민 끝에 찾아오는 이도 있고,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는 줄은 알지만 자신이 피해자임을 차마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아서 뒤늦게 찾아오는 이도 있다. 상담소 등 유관기관을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도 형사고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피해자 또한 적지 않다. 형사고소를 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 동안에도 행여 가해자가 나중에 보복이라도 하지는 않을까, 당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피해자들도 많다. 이렇듯 피해자의 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마련이다.

어느 사안에서 피해자의 상급 관리자가 피해자에게 신고를 접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하였던 예를 본 적이 있다. 정식의 진정 접수를 망설이는 피해자들로 인해서 처리가 늦어지는 어려움이 있다는 모 기관 고충담당자의 말에, 사안 처리의 신속성만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던 적도 있다. 의도했건 아니건 상급 관리자나 고충상담원 등 주변인들의 이와 같은 대처는 피해자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준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성희롱에 관한 고충처리 또는 구제과정 등에서 피해자의 학습권·근로권 등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있을 때 그 관련자를 징계할 수 있음을 명시한다. 1차적 가해자 이외에 2차 피해를 입힌 경우에 이 또한 징계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징계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추가적인 피해발생을 예방하고 피해자의 마음을 조속히 치유하는 데에 주변인, 특히 상급 관리자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더 이상의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공감과 지지,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의 마음은 불안정하다. 그러니만큼 피해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피해자에 공감하고 그 입장을 지지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 되겠지만, 피해자의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피해회복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어설프게 보채지 아니하고 기다리며 곁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 외부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박찬성 변호사 ‧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polics82@snu.ac.kr)

Source: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310&aid=0000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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