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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5회 열린인권강좌> 제3강: "자유와 평등세계를 향한 연대: 연대의 정치와 연대의 윤리 사이에서"
  • 카테고리소식
  • 작성자서울대인권센터
  • 날짜2017-07-17 17:01:13
  • 조회수1470


제5회 열린인권강좌
제3강 "자유와 평등세계를 향한 연대: 연대의 정치와 연대의 윤리 사이에서"



(강연자: 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쳔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후기 작성: 염주민 (사회학과) 



 2017년 열린 인권강좌의 세 번째 강의는 미국 텍사스 크리스찬 브라이트 신학대학의 강남순 교수의 “자유와 평등세계를 향한 연대: 연대의 정치와 연대의 윤리 사이에서” 였다. 최근 강남순 교수와 그의 글에 대한 관심을 반증하듯, 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찾아오신 가운데 강의가 진행되었다. 앞선 두 강의가 인권이라는 개념이 무엇이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내용이었다면, 이날의 세 번째 강의는 ‘함께 존재(with-being)’로서의 인간이 인권적인 실천을 위해 연대를 필요로 하며, 이 때 연대가 어떤 의미와 내용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강의였다.

 강의는 “존재한다는 것은 상속한다는 것이다, 상속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과제이다.”라는 자크 데리다의 말로 시작 되었다. 강남순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존재하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전통을 상속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contestation), 승인과 창출(affirmation and innovation)하는 이중적 과제를 가진다. 전통, 즉 상투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진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여 다시 한 번 검증하고 비교해볼 줄 알아야 한다. 현재 상태가 어떠한지 묘사하고, 분석하며, 최종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비판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억압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의식은 정의에 대한 추구로 이어진다.



 강남순 교수는 이러한 비판의식이 대안 모색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이 바로 연대라고 주장한다. 이는 인간이 ‘함께-존재(with-being)’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 이래 자유, 평등, 연대라는 세 가지 개념이 민주주의의 핵심 이념으로 제시되었다.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정의를 추구함에 있어서는 인간의 개별성과 일반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자유와 평등을 추구해야할 뿐 아니라, 인간의 ‘함께-존재(with-being)’라는 특징에 반하는 불평등과 불의(Injustice), 배제와 주변화, 혐오를 막기 위해 연대가 요청되는 것이다.

 연대란 무엇인가? 연대는 인간이 가진 두 가지 역량, 즉 감정적(affective) 능력과 인지적(cognitive) 능력이 서로 조화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연대의 실현을 위해 강남순 교수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연민(compassion)’이다. 연민은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점에서 무관심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또한 연민은 주체와 대상 간에 윤리적인 위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정과 구분된다. 연민을 통해 인간은 다른 이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해 비판의식을 가지며,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어떤 연대가 가능하냐는 점에서 연대는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연대는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배제하는가? 연대는 어떻게 포용과 배제를 협상하는가(how), 누가 그 규칙과 방식을 결정하는가(who), 그 과정에 어떤 사회적 요소가 개입되는가(what) 등의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최근에는 인간을 넘어 동물도 연대의 범위에 포함할 것이냐는 논의가 있다. 영국에서는 식물권 운동도 활발하다. 요컨대 연대의 정치는 어느 정도의 조건성, 계산성, 교환경제의 작동을 전제로 하여 연대에 접근하는 것이다.

 반면 윤리로서의 연대는 무조건성, 무계산성, 타자에 대한 무한한 책임성으로서의 윤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강남순 교수는 연대의 정치와 연대의 윤리 사이에서, 무한한 책임의 범주를 생각하며 연대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무계산적이고 무조건적인 연대를 요구하는 연대의 윤리가 인간의 개별성과 일반성을 존중한다는 맥락에서는 오히려 폭력적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무계산적이고 무조건적인 무언가는 필연적으로 폭력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섬세하고 고유한 사유를 박탈하는 무의미한 카오스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강의의 서두에서 강남순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의 인문학 열풍에서 인문학의 역할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소비를 자극하는 수단에 국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문학은 사회적인 상투성, 자명한 것에 과감한 물음표를 붙일 수 있는 저항의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 평등, 연대와 같은 개념들, 데리다, 아렌트와 같은 학자들의 이름이 단순히 ‘그럴듯하고’, ‘있어 보이는’ 일종의 문화적인 액세서리로 소비되는 것은 인문학을 무의미하게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현상은 인문학적 담론이 허상적으로 소모되게 함으로서 실질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에서 오히려 인문학의 진정성과 호소력을 잃게 할 우려가 있다. 상투성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기능해야 할 인문학의 칼날이 무뎌지고, 오히려 그 스스로 상투성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강남순 교수는 ‘우리 시대의 인문학 멘토’라는 호칭을 스스로 거부했다고 한다. 연대에 대한 그의 논변을 통해 인문학적 논의의 사회적인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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