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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5회 열린인권강좌> 제6강: "취약노동의 확산과 노동권"
  • 카테고리소식
  • 작성자서울대인권센터
  • 날짜2017-07-31 11:48:21
  • 조회수544

제5회 열린인권강좌
제6강: "취약노동의 확산과 노동권"




(강연자: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후기 작성: 염주민 (사회학과)

 
 이번 강의는 인권강좌의 앞선 두 강의에 이어 노동에 관한 세 번째 강의였다. 앞선 두 강의는 차례로 한국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살펴보는 것(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과 한국의 노동법을 국제기준과 비교하는 것(김선수 변호사)이었다. 이날의 세 번째 노동 강의는 산업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전환시대에 한국 노동시장에 어떤 취약노동자(the precariat)가 등장하고, 증가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함의와 대안을 생각해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노동자의 취약성이 다면적으로 구성되며 그 해소를 위해서도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겠다는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강의였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강의는 ‘취약성(Precarity)’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우리 시대를 전환시대로 규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노동자의 취약성이란 노동자가 예측가능성, 일자리안정성, 경제적안정성, 심리적안정성 등을 대체로 결여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고용형태나 소득은 물론이고 노동자 대표성, 작업장 안정이나 동료와의 소통 문제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과 관련된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비정규직”이 취약노동자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비정규직은 고용의 특정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일 뿐이다. 취약성은 보다 다양한 차원을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노동자의 권리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 한편 오늘날은 기존의 사회질서가 구성했던 삶의 제반 조건이 변화하는 전환 시대로, 노동자의 취약성과 관계되는 전반적인 노동조건 역시 흔들리면서 노동자의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다. 장기고용의 관행 아래 포드주의적 생산과 복지 체제가 구성했던 기존 세대의 규범적 ‘정상성’은 사회 변화로 인해 붕괴되고 있는 반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 제도, 규범 등은 아직 정립되지 못했다. 이러한 전환기적 특징으로 인해 우리는 노동자 내부의 이질성이나 불평등 등 취약성과 관계되는 요인들의 실체 파악조차 미흡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가 미흡한 것은 물론이다.

 두 번째 장에서는 한국노동시장의 취약노동자의 특성과 분포에 대해 살펴보았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을 경과하며 여러 요인에 의해 노동자의 내부구성의 이질화가 진행되었다. 기업은 핵심역량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깥으로 돌리려는 전략을 사용하게 되어 고용관계에 있어 아웃소싱과 하청 등이 증가했다. 한편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화(digitization)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이 파편화되는 변화가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고용구조가 중층화되면서 한계노동시장은 복잡성과 이질성을 더해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책임 없는 고용이 증가하고 기존의 노동법이나 사회안전망이 보호하지 못하는 다종의 고용관계가 등장했다. 예컨대 프랜차이즈 점주가 자영업자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실질적으로 종속적 지위를 갖는 노동자로 분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으로는 짧은 일자리 지속성과 높은 이직률이 두드러진다. 특히 성별에서는 여성이, 연령으로는 45세에서 49세 연령집단이 취약하다. 대학졸업 후 첫 일자리의 고용형태는 80년대 이후로 꾸준히 비정규직의 비중이 증가하고 정규직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으며, 첫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간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임금분포에 관해서도 10%여의 최저임금 미만률을 보이며, 저임노동자(중위소득의 2/3 미만)의 비율 역시 25% 이상에 달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다. 한편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적용률 모두 OECD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비정규직이나 특수형태근로 등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경우에 노조조직률이 현저히 더 낮고, 성별 간 격차도 두드러져 취약노동자일수록 노동자의 대표성에 있어서도 불리한 조건이었다. 노동자의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요인들로 인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취약성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적인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장에서는 새로운 취약노동자가 증가(등장)하는 것이 노동시장에의 가지는 함의를 살펴보았다. 한국 노동시장은 취약노동자가 증가하며 이중화되고 있다. 성별 임금과 고용안정성, 사회적 보호, 대표성 등 노동시장의 전영역에서 상위 노동자와 하위노동자 간 격차가 더 벌어지며 새로운 취약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간 격차와 같은 젠더의 문제, IMF 이후 노동시장의 비정규고용관행 확산,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서비스 경제화 등의 요인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청년층의 구직난과 고령층의 일자리 질 문제 등 세대적 요인도 제시된다.

 강의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취약성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핵심은 시스템자체가 정립되지 못한 전환 시대에 ‘정상성’을 기준으로 노동권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며, 노동자의 취약성이 다면적인 만큼 해결책 역시도 다차원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의 의미 자체를 재구성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점이 제시되었다. ‘열심히 일하기’가 당연한 규범이 되는 ‘일중심사회’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용주는 물론이고 노동자 개인 단위에서는 반발이 클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함이 강조되었다. 이에 더해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환기되었다. 모든 것을 제도적 장치로 규율 할 수 없을뿐더러, 제도적 장치가 실질적으로 잘 작동할 수 있는 제반 조건 마련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민간 부문이나 노조의 모니터링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대표성이 보장되는 노동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며, 사회적인 연대의식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는 변화하고 노동도 변화한다.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제점들도 당연히 변화하며, 따라서 대응하는 해결 방안과 접근 방식 역시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청년 세대의 ‘열정페이’ 문제, 배달 어플의 플랫폼 노동자들 등 오늘날의 노동취약성은 일상 곳곳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것들이며,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기존의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유연한 관점으로 노동자의 권리의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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