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아시아 후기 2018

강좌소개

올해 다섯 번째로 개최된 <인권과 아시아 2018>은 아시아의 구체적인 지역적 맥락에서 인권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하고 아시아 지역 내 인권문제에 대해 보다 심화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된 강좌입니다.

이번 강좌에는 아프가니스탄, 케냐, 방글라데시,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 터키, 스리랑카, 태국, 브라질, 영국, 핀란드 등 총 21개국 출신의 34명이 참가하였습니다. 대학원생, 활동가, 교수, 국제기구 직원, 판사보 등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강좌 기간 중 참가자들은 강의를 듣는 것 외에도 발표와 토론, 인권기구 방문, DMZ 방문을 통해 다차원적인 배움을 경험했습니다.

 

강좌의 특징과 내용

본 강좌의 핵심적인 특징은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인권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논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주제들에 대해 총체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인권옹호자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강좌의 특별주제는 사회·경제적 권리였습니다. 또한, 세계인권선언 채택 70주년을 맞이하여 ‘세계인권선언과 아시아’를 주제로 특강이 열렸습니다. 인권에 대한 초국가적 이해, 기업의 인권 존중의 책임, 아시아 지역인권체제, 젠더 불평등, 사회·경제적 권리, 사회권 보장과 공익 소송, 건강 불평등, 난민 등 다양한 주제와 인권이 아시아의 맥락에서 어떻게 교차하는지 토론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강의 외에도, 참가자들은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인권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

참가자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공인인권변호사 모임 희망법, 어필 중 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단체 방문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한국의 활동가들과 직접 만나 한국 사회 내 여러 집단이 경험하는 인권 문제 및 현황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참가자들은 각 단체 활동가들로부터 인권옹호 전략 및 단체 운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자국에 돌아가서 하게 될 활동의 역량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참가자들은 DMZ를 방문하여 한국의 분단현실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망대를 방문하여 북한의 생활을 바라보기도 하고, 땅굴과 임진각 관광지 방문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느끼는 기회였습니다.

“우리의 눈으로 직접 갈등의 역사와 현재를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Mariana Fernandes Santos de Brito, 브라질)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 삶에서 이 곳을 방문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 (Ikramuddin Kamil, 아프가니스탄)

참가자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어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빈곤사회연대 중 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단체 방문을 통해 참가자들은 한국의 활동가들과 직접 만나 한국 사회 내 여러 집단이 경험하는 인권 문제 및 현황에 대해 들었고, 각 단체 활동가들로부터 인권옹호 전략 및 단체 운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자국에 돌아가서 하게 될 인권활동의 역량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인권단체 방문은 인권과 아시아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았던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다른 주제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한군데 이상의 단체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Mariana Yante BARRÊTO PEREIRA, 브라질)
 
“인권단체는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어려움이 우리에게 닥칠지라도 우리가 인권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영감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Rochelle Angela YU, 필리핀)

연구 및 옹호활동 계획

본 강좌 시작 전 각 참가자들은 관심 주제를 기반으로 연구 및 옹호 활동 계획을 준비해왔습니다. 강좌 기간에는 각자의 연구 및 옹호 활동 계획에 대해 강좌 책임자인 이주영 박사와 논의하고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난민의 권리, 기업과 인권, 최저임금, 기후변화, 이주노동자의 건강권, 여성인권 등의 다양한 주제의 연구 및 옹호 활동 계획 발표가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 기회를 통해 강의에서 학습한 내용을 현실 상황 및 실제 활동에 적용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발표 및 토론을 통해 옹호 및 연구 전략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제약과 사회적, 정치적 요소 등을 다 같이 고려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료 참가자들로부터 받은 다양한 피드백은 계획을 구체화하고 분석틀을 강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강좌후기

강좌 종료 후 평가를 하면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매우 만족하였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습니다.

“활동가로서 항상 ‘인권’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와 함께 해왔는지, 인권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정치적인 배경과 상황 때문에 인권을 배울 수 있는 케이스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인권과아시아2018’에 참여하면서 제가 가진 심도 깊은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강좌를 제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합니다.”
Le Minh Vu Hoang (베트남)

“인권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참가자들을 만나 각 국가의 상황과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서로 알아갈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였습니다. 특히, 현재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는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문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강좌를 통해서 국제적인 관점에서 인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Alexandra Egorova (러시아)

“모든 강좌의 구성이 훌륭했습니다. 누군가 이 강좌에 참가하고 싶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또한, 강좌 외의 모든 프로그램 역시 긍정적인 경험이었습니다.”
Ranjita Dilaj (인도)

“강좌기간 동안 참가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로부터 배우고 그들과 함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
Martha Bire (인도네시아)

서울대학교 국제동계강좌프로그램 ‘인권과 아시아’: 다채롭고 새로운 경험의 시간

Aleydis Nissen (벨기에)

우리가 해냈습니다!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울대학교의 ‘인권과 아시아’ 동계강좌프로그램은 그 이름값을 해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주영 박사님과 스태프들은 아시아와 그 밖의 전 세계에서 온 대표들을 위해 높이 평가받을 만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습니다. 올해, 이 과정은 현대 아시아의 특수한 맥락에서 인권의 보편성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제 인권규범과 메커니즘에 대한 일반 세션, ‘표현의 자유’, ‘기업과 인권’ 같은 현대 이슈에 관한 주제별 세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세션들은 다양한 참가자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발표로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이 생동감 넘치는 세션에서 우리는 ‘단일 혈통 민족주의’ 와 소위 ‘위안부’ 와 같은 논쟁적 주제들에 대해 거림낌 없이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는 아시아를 대표할만한 훌륭한 연사들이 경험했던 것들을 통해 유엔의 내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Vitit Muntabhorn 교수님은 작년까지 성적 지향·성별정체성에 근거한 차별과 폭력으로부터의 보호에 관한 유엔의 독립전문가였습니다.

강의실 수업 이외에도 두 번의 현장방문이 있었습니다. 우선, 우리는 그룹을 나누어 서울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와 다양한 비정부기구를 방문했습니다. 제가 속한 조는 ‘공익법센터 어필’을 방문하여, 그 단체가 유엔 조약기구와 한국, 노르웨이, 네덜란드의 OECD 연락사무소 절차를 통해 인권 침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높이는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활기차고 호소력 있는 한국 시민사회와의 첫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전(前)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가 다정하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2016년 한국 방문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평화롭게 모여 거리나 광장에 가는 전통은 고무적이고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A/HRC/32/36/Add.2 para 10)

두 번째 현장방문 프로그램으로 비무장 지대를 방문한 것은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의 순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 지역을 한반도를 구분하는 지역으로 역사책과 신문을 통해서만 알고 있었으며 실제로 방문할 기회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북한이 만들고1978년 남한이 발견한, 국경 아래를 지나는 땅굴 중 하나를 내려가는 것은 너무나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그 다음, 우리는 도라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이 역의 게시판에는 남한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한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 될 것이라고 쓰여있는데, 이는 남북한을 하나로 연결시키려는 오랜 열망이 담겨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한국 참가자 중 한명인 박재영 씨는 “긴 여정이 될 것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제 마음 속에 새기면서, 저는 이제 박사과정 연구를 위해 기업과 관련한 인권에 초점을 맞춘 한국의 사례연구를 훨씬 더 잘 수행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벨기에 사람이고, 최근까지 저는 유럽에서 모든 공부를 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게 한국에서 질적 현장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의 실질적이고 과학적이며 윤리적인 도전에 대해 논의하고 성찰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주었습니다.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인권 옹호네트워크들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모음으로써, 제가 받은 호의를 되갚는 것이 목표입니다.

되돌아 보면, ‘인권과 아시아’는 저에게는 많은 면에 있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삼차, 황남빵, 파주출판도시에서 만난 보석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습니다. 다시 만나서 빨리 이야기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