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김광수 (법학과 박사과정)
2018년 9월 17일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 최종길홀에서 “대학공동체 내 괴롭힘: 원인, 효과, 과제”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총 2부로 구성된 학술대회 중 오전은 “대학공동체 내 괴롭힘”에 대한 외국의 연구에 대한 발표로 진행되었다.
먼저 로랄레이 키슬리 교수(미국 웨인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는 ‘대학공동체 내 괴롭힘’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과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괴롭힘”에 대한 연구가 다른 분야와 달리 활발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로 그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가 통일되지 못해 논의가 쌓이지 못한다고 지적한 뒤, 괴롭힘이 나타나는 행태를 “Bullying”과 “Mobbing”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한편 대학 내 괴롭힘은 대학이라는 특수성, 교수와 강사 사이뿐만 아니라 교수 내 직급의 차이, 교수와 학생간의 갈등, 교수와 교직원간의 갈등 등 다양한 상황이 혼재되어 있다.
이어서 발표를 맡은 유카와 야요이 전임강사(일본 동경여자대학 커뮤니케이션학)는 일본 대학에서의 ‘괴롭힘’의 구체적인 실태를 설명했다. 비록 1997년 “아카하라(Academy Harassment의 줄임말)”라는 책을 통해 소개되었고 2000년에 이와 관련한 첫 소송이 제기되었지만, 일본에서도 학내 괴롭힘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없다는 점을 먼저 밝힌 그는 그 이유로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드러난 문제에만 주목하게 되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였다. 특히 ‘괴롭힘’에 대해 일부 교수들은 “엄격한 가르침”, “오해”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실제 조사결과를 들어 문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학내 괴롭힘은 성희롱의 형태로도 나타나지만 젠더 중립적 사례들도 발견되고, 한 사건 내의 가해자가 다른 사건에서 피해자가 되는 일도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는 학생들이 멘토의 괴롭힘이 있으면 일단 ‘엄격한 가르침’ 또는 ‘학자가 되기 위한 하나의 절차’ 정도로 생각하다가 사후적 판단으로 이를 괴롭힘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건 발생 즉시 판단하고 해결하기 힘들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마지막 발표에서 미리암 린 컨설턴트(영국 케임브리지대 평등·다양성 전담부서)가 학내 괴롭힘을 개선하고자 하는 대안으로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Breaking the Silence” 캠페인을 소개하고 설명하였다. 다른 조직과 달리 장기간 특정 멘토에게 교육을 받고, 근무/교육시간의 개념이 불분명하며, 연구사업 등 예산 확보를 잘 하는 교수에게 당연한 듯이 부당함을 봐주는 문화가 강한 대학의 특성상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한 그는 케임브리지대 내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장(Vice Chancellor)이 나서서 언론에 케임브리지 대학의 현실을 알리고 “학내에서 더 이상의 괴롭힘이 없어야 한다”라는 방침을 공표하였을 뿐 아니라, 대학 내 여러 기관과 보직교수, 학생회, 노조가 학내문화를 바꾸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공동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대학의 리더십 차원에서 괴롭힘에 대한 대응과 존중, 정의, 포용성을 추구하는 대학 문화 형성을 중요하게 인지하고 이끌고 있으며, 이에 기반해 관련한 여러 지침을 제정하고 시행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위와 같이 개념, 상황, 개선의 순서로 구성된 1부 학술대회에서는 각 국의 법제, 현실, 운영 등과 관련한 많은 질문이 있었다. 특히 괴롭힘을 하나의 개별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관계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발표자들은 구조적으로 봐야 초기에 대응이 가능하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파국적인 결말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케임브리지에서 실시하는 익명 제보 사이트 개설은 개별 사건 해결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인식과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며, 대학 차원에서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대응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자들도 미리 이야기했고 질문에서도 또 다시 나왔지만 학내 괴롭힘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게 인식되고 있는 점이 사실이다. 키슐리 교수는 자신이 하는 어떤 행동이 ‘괴롭힘’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테스트로 자신보다 상급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할 행동인지, 가족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함께 할 행동인지 질문해 볼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 조직 내 하나의 부정적 행동을 상쇄하기 위해 3배 또는 5배 정도 많은 긍정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결과도 소개하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