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후기]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 한 11월 인권포럼

관리자 2012-12-11 3,425

인권포럼 후기

김대욱
인권센터 조교

 

저희 인권센터는 학내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서울대학교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인권포럼은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 주변의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입니다. 인권 포럼의 첫 번째 주제로 외국인 학생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게 된 이유는 이 문제가 시급하면서도 해결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학생들의 인권 문제는 학교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와 캠퍼스 내의 차별 문화를 바꾸어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복잡하게 섞여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학생들이 경험한 차별 사례들을 공유하고, 차별 없는 서울대학교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이 이번 포럼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일방적인 강연이 아니라 모든 참석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1부에서는 6-7인으로 조를 나누어 댓글놀이를 통해 참석자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스스로 경험한 사례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되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조별 토론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룹프로젝트에서 한국인 동료들로부터 겪는 소외감, 영어 강좌를 한국어로 가르치는 교수님에 대한 불만, 국제화를 지향한다면서 기본적인 정보도 한국어로만 제공하는 행정 시스템의 불편함 등 외국인 학생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제기 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외국인 학생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 인도, 미국에서 온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서울대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겪고 있는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학생처, 언어교육원, 인권센터의 참석자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질의 응답 시간에 한 참가자는 서울대학교가 외국인 학생들의 문제 해결에 대해 얼마나 의지가 있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충분히 했으니, 이제는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센터에서도 이번 포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우선 이번 포럼의 제안 사항들을 학교 차원의 제도개선이 필요한 과제와 중장기적으로 차별 문화가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로 구분해서 접근할 계획입니다. 또한 인권센터에서는 이번 포럼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토대로 외국인 학생회(SISA)와 긴밀히 협의해서 (가칭)차별 없는 서울대학교를 위한 의견서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서울대학교 내에서의 인권의 핵심 원칙은 다양성과 평등의 추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인권 포럼이 모든 외국인 학생들이 평등하게 대우받고, 다양성의 원칙이 존중되는 서울대학교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권포럼과 인권센터의 여러 활동에 대한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 드립니다.

 


당신의 섣부른 기대가 무서워요!
 

서영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면서 산다. 부모님의 기대, 선생님의 기대, 연인의 기대, 친구들의 기대 그리고 사회의 기대. 종류와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타인의 기대는 분명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부모님의 기대에 따라 공부를 열심히 했고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좋은 대학교까지 오게 되었다. 또 연인의 기대에 따라 안 입던 여성스런 원피스를 입기도 하고, 키 차이를 생각해 굽 낮은 구두를 선택하고, 매일 아침 화장도 잊지 않곤 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 사람에 대한 기대는 그 사람과의 삶이나 생활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문제는 그러한 기대가 때로는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별다른 생각 없이 만들어 진다는 점이다. 이번 11월에 열린 서울대학교 인권포럼에서 한 재외국민 학생의 경험이 이를 잘 말해준다.

 

“사람들이 내 겉모습만 보고 내가 한국인처럼 행동하길 기대해요. 당연히 한국어를 잘하길 기대하고, 당연히 한국 학생들과도 잘 어울리길 기대하고, 당연히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 거라 생각하죠. 그렇지만 사실 아니에요. 피부 한 꺼풀만 벗겨보면 저는 중국인일지도 몰라요. 평생을 중국에서 살았거든요.”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재외국민들, 교환학생들 그리고 한국 학생들은 이와 같은 경험에 그리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재외국민들과 교환학생들에게 한국 학생처럼 공부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어로 수업을 듣고, 한국어로 발표를 하고, 한국어로 조모임을 하기를 기대한다. 학부의 공지사항이나, 엠티 계획이나, 수강신청에서부터 성적확인방법까지 모두 재외국민과 교환학생들이 한국 학생처럼 ‘알아서’ 알아들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인처럼 생겼으니 한국어를 잘할 것이라는 기대, 한국 수업이니 한국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기대는 모두 이들에게는 버거운 짐이다. 어떤 재외국민은 한국인처럼 생겼어도 사실은 한국어를 전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교환학생은 서울대에서도 세계화 기준에 맞춰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점교류를 신청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배경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기대는 이들에게 무언의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섣부른’ 기대는 재외국민이나 교환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학생이기 때문에, 지방에서 왔기 때문에, 혹은 여자이기 때문에 특정한 기대를 받고 산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과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기대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차별 받았다고 느낀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상대에 대해 ‘섣부른’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혹은 자신의 기대가 ‘섣불렀다’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섣부른’ 기대가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태도, 이러한 배려가 다양하고 다채로운 서울대학교를 만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수자 감수성
 

예지
법과대학 04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불문하고, 소외된 이들이 늘 듣는 말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 적응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야.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으며,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미 지나버린 소외의 경험을 보상해주지 않는다. 지금 당장 소수자인 사람에게는 그냥 인내하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

 이 문제에 관해 인권 감수성 중에서도 ‘소수자 감수성’을 고민해보고 싶다. 연민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감성이라 할 수 있는 이것은 정말 소수자가 되어보지 않고는 실감하기가 힘들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하지만 소수자 감수성이란 것을 가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혹자는 감수성이니 연민이니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보다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사실은 감정이입만으로도 소수자 들의 불편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성폭행범이 교육과정에서 가장 충격을 받고 개선의 의지를 보이는 때는 역할극을 할 때라고 한다. “네 딸이, 네 어머니가 피해자였으면 어땠을 것 같은가?”와 같은 말만 듣다가, 본인이 직접 피해자가 되어 피해자의 감정을 느껴보고 나니, 얼마나 큰 잘못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직접 상대방이 되어 보는 것, 이것의 힘은 생각보다 놀라운 것이다!

 지난 11월 27일에 열린 외국인 학생의 인권포럼에서는 이러한 ‘소수자 감수성’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포럼을 통해 불편한 점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유학생들끼리 위안을 느낀 점도 있었겠지만, 많은 이들은 인권센터 운영위원이신 김중곤 교수님의 발표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교수님께서는 “나 역시 한 때 외국인을 피한 적이 있었다”고 하셨으며, 그것이 편견 때문이 아니라 “언어적 한계로 인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로 인해 외국인 학생들도 사실 한국 학생들 역시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느껴볼 수 있었고, 그러한 생각을 접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으며,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잠깐이라도 소외되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을 떠올려 봐도 좋고, 혹은 그런 적이 없더라도 상상을 통해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보자. 글로벌 대학을 상상하며 혈혈단신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낯선 땅에 온 외국인 학생이 되어 보는 것이다. 정작 오고 나니 언어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새터에 대한 공지는 물론, 학내 주요 행사들에 관한 공지들을 전달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영어강의라고 해서 신청했더니 한국어로 된 수업인 경우가 많다. 또 늘 소통 단절에서 오는 소외감에 시달린다. 다른 학생들과 함께 조모임도 하고 싶고, 생활에 관해 많은 도움을 받고 싶지만, 각자의 공부가 바쁘다는 이유로 한국 학생들에게 무시당한다……

 감정이입을 해본 결과 이것은 단순히 제도적인 변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느꼈을 것이다. 학내구성원들이 소수자 감수성을 가지고 배려한다면 외국인 학생들도 조금 더 편하게 적응할 수 있다. 아직은 학내구성원들에게 외국인 학생에 대한 공감과 연민, 스스로의 인식개선과 공동의 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대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기 전에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외국인 학생들이 처음의 의지와 용기를 잃지 않는 학교가 될 수 있다. 이번 겨울은, 그 동안 방치되었던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학내에서 크고 작은 노력들이 시작되어, 서울대학교가 보다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절이 되길 기대해본다.

 


True Global Outlook: Human Rights Forum for International Students
           

Jung-eun Oh(오정은)
Political Scienc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11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SNU) various efforts for both Korean and international students are being made to strive to become a top-level global university. One such effort occurred on November 27 with the newly-established SNU Human Rights Center’s forum for international students to discuss issues regarding discrimination or difficulties on campus that they are facing. Open to all international students, the forum proved to be an opportunity for students to freely voice their opinions on such issues.
 

The staff members of the Human Rights Center were present at the forum and showed genuine interest and concern to what the international students had to say. The forum began with welcoming words by the Head of the SNU Human Rights Center, Professor Chung Chin-Sung. The Associate Dean of Student Affairs, KIM Young-Oh spoke and gave his assurance that SNU would continue finding ways to improve, especially in the area of international students. Following, there were various brainstorming activities where all members of the groups got to write down their experiences regarding discrimination or discomfort on campus. The groups shared their experiences and came up with the main issues they were facing in SNU which they presented in front of the rest of the participating members.

Students were asked to speak of their experiences in SNU. A female graduate student expressed her feelings of seclusion when all of her lab colleagues always went to eat dinner together without asking if she would like to join them. She said it was most likely because of her non-fluent Korean that her colleagues shirked from inviting her, afraid that she would make the dinner awkward, but she nonetheless felt excluded from the group.
 

Various students stated discomfort with some professors who gave lectures in Korean, even when the course was officially listed as an English course. At times, some professors even said they should learn Korean before taking the courses.
 

Another graduate student from the Department of Mechanical Engineering talked about the inefficiency of having everything standardized in Korean. In science training programs, S-cards student IDs, and certificates that are only in Korean, these would have no value outside of Korea. He stated, “It feels like the SNU administration is pushing everyone to be global when they are not ready.”
 

Overall there were diverse issues that the international students brought up during the forum. Many, though, exposed troubles about both the SNU community and the Korean society. All participants in the forum seemed to agree that the first step in fighting these issues was to talk about them. Thus, the forum proved to be a positive opportunity for the beginning of a long but fruitful journey. The SNU Human Rights Center stated that all that was discussed during the forum would be taken into account for improvement. Also, as the follow-up of the forum, the Human Rights Center is likely to conduct surveys for international students to get further information regarding the issue. With a mix of short-term and long-term plans, the SNU Human Rights Center expressed their commitment to making SNU a healthy environment of mutual respect and care for all individuals of the community. With the increasing number of international students in SNU there is a dire need to take into account the emotions and experiences of these individuals.

 


인권포럼 후기

             Luis Recalde(루이스)

International Relations 10

 

As a third-year international student of Seoul National University I am very glad to have participated in this Human Rights Forum for the first time since I became a student of this prestigious institution. The year 2012 seems to have brought about some very interesting opportunities for international students to express their thoughts and feelings regarding their life in Korea and their experience as SNU students. In my circle of foreigner friends -I must be frank- I have many times heard and still I am hearing today many complaints about the treatment they get in our university in general. On the one side they talk about the administration system, on the other side they complain about professors and classmates and so on. In my inner thoughts I am always saying that it is a mere process of adaptation. I myself have undergone a lot of difficulties, and still I am. It is very, very rare to live abroad without having troubles regarding different foods, different manners; that is to say, cultural shock in general. It is however a lot easier to cope with such difficulties with an official, institutional support from our school.

             I consider this opportunity a big step for SNU on its way to internationalization. Being the top university in Korea and one of the best in the world requires from SNU bigger efforts to improve the management of international students. It is important for the school to promote diversity, because from my point of view, most of international students are giving their best to understand Korean culture and attempt to speak the Korean language, but at the same time it is important for students, professors and the administrative staff to understand better the foreign students. It is an important advance to be made that will probably take some time, but if the first steps are given now, that is a good sign that things are being done properly.

After this first Human Rights Forum I could feel that all the international students who participated share the same views and problems and requires practically the same things from school in order to improve their quality of life. I repeat that I am very glad that I could participate of this forum and that I could also see a lot more attention for international students from different organs of the school such as the university media, students themselves and now the Human Rights Center.

Finally, as a member of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International Students Association (SISA), I would suggest that the Human Rights Center work closer with our association so that through a joint work we can move a step forward towards solving or at least palliating the problems discussed in this forum by the international students, and thereby enhance SNU’s reputation as an international-class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