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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 대학 내 성희롱ㆍ성폭력, 원인과 해법에 관한 소고
  • Categor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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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2016-08-22 10: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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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성희롱ㆍ성폭력, 원인과 해법에 관한 소고

 

박찬성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1.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늘어나고’ 있는가 아니면 드러나고’ 있는가?

 

지금까지 피해 사실을 숨기고 지냈지만 이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았습니다.”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사이 독()은 퍼져갔다음지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쉬쉬하는 동안 학교는 손을 놓고 있었다. 29일 □□□대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학교 여학생들은 최근 성폭력 피해 사실을 자발적으로 폭로하고 나섰다피해자들은 하나둘 입을 열어 나도 당했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그동안 감춰졌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된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서 하는 말이 아닐까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고 기사화되고 있다신성한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어쩌다 이토록 타락하게 되었는가오늘날 우리 대학사회에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불미스러운소식들이 계속 들려오고 있는가?

          당연히 제기될 만한 물음이지만본고에서 필자는 그와 같은 질문을 한 번 더 비틀어서 되물어보고자 한다과연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최근에 이르러 그 전보다도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인가아니면 그 이전부터도 많은 문제들이 속으로 곪아 왔었지만 이제 비로소 드러나고 있는 것일 뿐인가결론부터 말하자면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이를 정량적 통계수치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아마도 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왜냐하면 수많은 대학들은 수년 전에도그리고 최근까지도 자교(自校내에서 어떠한 내용의 성희롱·성폭력 사안도 접수된 바 없다는 무결점의 통계치만을 공개하였거나 제출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전에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분야의 – 분야와 성명을 밝힐 수 없는 중견 연구자와 직접 면담하면서 과거 대학사회 내에서 어떤 내용의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었는지를 청취한 바 있었다그 내용을 전체 대학사회에 관하여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 때 필자가 받은 인상으로서는과거에도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것과 유사한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지금보다도 더 남성 중심적이었던 대학사회 분위기 하에서 그 피해사실들이 드러나고 공론화될 수 없었다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차이가 아니었던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많은 대학들이 연간 단 1건의 성희롱·성폭력 사건 접수와 처리도 하지 아니한다는 기록을 자랑스러워’ 하지만오히려 이는 상당수의 대학들에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건강하게 해결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절차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이는 정말로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없다이른바 페이스북 대나무숲이라고 하는 각 대학 익명공간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소리 없는 아우성들을 생각해 본다면신고 접수가 없는 곳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볼 어떠한 근거도 없다.

 

2. 그 발생원인은 무엇인가?

          이어질 수 있는 물음은 – 이것이 최근에 급증하고 있는 것이든 또는 필자의 견해대로 그렇지 않은 것이든 간에 –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현상의 발생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으로 통칭하고 있지만이 개념에 포괄될 수 있는 현상은 상당히 다양하다우선교수-학생 간강사-학생 간 또는 직원-학생 간 사안과 같이 이른바 권력형’ 성희롱·성폭력의 전형성을 노정하는 경우가 여기에 포함된다성희롱·성폭력은 우월한 지위와 영향력을 가진말하자면 권력적’ 지위에 있는 자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자를 대상으로 범하는 경우가 많다우리 대학사회 내에서 학생과의 관계에 있어서 교수·강사가 어느 모로 보더라도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수·강사가 가지는 그리고 가져야 하는 학자로서의그리고 선학(先學)으로서의 권위는 응당 존중되어야 마땅하다정당한 권위’ 차원에 있어서는 교수·강사가 이제 새로이 공부를 시작한 젊은 학생들과 동등한 지위에 있지 아니함은 분명하다그러나 위계서열상의 정당한 차이가 존중과 존경을 받아야 할 권위로서가 아닌배격되어야 마땅할 권위주의의 형태로 왜곡되어 나타나고이로 말미암아 학생을 하나의 존엄한 인격체가 아닌다만 자신보다 열등한 하나의 대상으로 위치지울 때에 성희롱·성폭력의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게 된다인권적 관점에서 보건대, ‘권위는 수평적 동등성을 포용해 낼 수 있는 것이지만, ‘권위주의는 개념본질상 처음부터 상대방에 대한 폭력적 시선과 언동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성폭력의 경우도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의 중요한 하위 항목을 구성한다학생 간 성희롱·성폭력에 있어서도 선·후배 관계라거나 또는 그 밖의 위계서열에서 나타나는 사실상의 권력차가 성희롱·성폭력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학생과 학생 간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관하여 가시적인 위계서열 구조로 확인될 수 있는 권력성 또는 권력적 지위에 초점을 두고 문제를 들여다보게 될 경우자칫하면 실재하는 문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이를테면 권력차 또는 권력적 지위라는 것은 선·후배와 같은 관계적 위계서열로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형식적으로는 누가 더 우월하다고 할 것도 없이 동등한 관계에 있지만남녀 양성이 평등하다는 생각을 충분히 체현하지 못했기에 무의식적으로 툭툭 내뱉는 언사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요즈음 크게 문제되고 있는 이른바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과 같은 현상들이 대학 내에서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갖는지그리고 이것이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과 어떠한 구체적 연관성을 갖는지는 진지한 성찰과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어쨌든 상대의 성별을 자신과 동등한 것으로따라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아니하는 잘못된 사고방식 그 자체는 설령 같은 학번의 동료 관계’ 속에서라 하더라도 성차(性差)를 구성하고 더 나아가 미시적·비가시적으로 작동하는 공고한 권력차로 이어져 나가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여러 대학에서 이미 몇 차례 실제로 적발되어 문제된 바 있는 소위 몰카(몰래카메라)’ 사건 등의 예를 보면모든 성희롱·성폭력의 문제가 가시적 우월성을 보유한 자의 보다 열위에 놓인 자에 대한 위계적 폭력으로 치환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해진다특히 여기서는 사진에 찍히는 상대방이 자신보다 위계서열상 낮은 지위에 있는지 여부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그 대상이 선배인가 후배인가 또는 동료인가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그 왜곡된 시선의 이면에 깔려 있는 생각말하자면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하나의 성적 대상으로 간주하는 관점이 몰카의 촬영과 유포 등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한다비단, ‘몰카’ 뿐만 아니라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의 경우도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컨대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은 그것이 발생하는 관계에 따라서 몇 가지의 하위 유형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유형에 따라서는 권력적 우월성이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한 몰카의 경우처럼 가시적·형식적 권력성과는 비교적 큰 관련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양성 평등에 대한 몰이해상대 성별에 대한 혐오’ 등도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의 중요 원인일 것이다그러나 모든 유형의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 대학사회 인권감수성 수준의 문제이다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그래서 어떠한 경우에도 아주 사소하게나마라도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는 인격체로서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인권의식이 아직 우리 대학사회 내에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3.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을 불미스러운’ 급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어떤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학문은 토론과 논쟁을 그 본령으로 하는 것이기에 대학은 가장 수평적이고 평등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망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대학 내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은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학 내에서 인권지향적 방향으로 충분한 인식과 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기인한 바 크다따라서 인권감수성 증진양성평등 인식 및 태도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인권교육·폭력예방교육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교육만으로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든 대학 구성원이 교육을 통해서 인식과 태도가 바뀌리라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교육의 효과는 각 개인들마다 서로 다를 것이며대학사회에는 항상 새롭게 유입되는 진입자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심포지엄 등에서 거의 예외 없이, ‘오늘의 이러한 토론회가 오늘로서 마지막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본다물론맞는 이야기이다성희롱·성폭력 문제는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는 편이 발생한 이후에 사후적으로 잘 처리해 나가는 것보다 더 바람직하다하지만 모든 대학 구성원을 교육만으로 변모시킬 수는 없고신규 유입 인원이 일정 비율 반드시 있을 수밖에는 없으며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실수를 할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임을 감안한다면 대학 내에서 성희롱·성폭력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경찰·검찰이 범죄 해결을 위해 매일 같이 최선을 다해 분투하고 있지만이 세상에서 범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문제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것이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문제해결의 첫 걸음이 된다처음부터 일소될 수 없는 것을 마치 일거에 근절해 버릴 수 있을 것처럼 오해하고이를 얼른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할 불미스러운’ 것으로 간주하여 겉으로 드러내기 껄끄러운 어떤 것으로 여기는 태도는 문제에 대한 건강한 해결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그릇된 조치 또는 더 나아가서 문제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경계되어야 한다성희롱·성폭력은 불미스러운 일이다그러나 비할 수 없을 만큼 더욱 더 불미스러워 해야 할 것은그 문제가 공적으로 현출되지 못하고 제대로 해결되지 못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마음이 곪아가고 썩어가는 바로 그 지점에 놓여 있다.

 

독립적 문제해결 기구를 상설화하고 그 운영을 실효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1) 학내 문제해결 기구의 실효적 상설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범죄에 해당하는 성폭력의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아직 현행법령은 성희롱 문제를 규율함에 있어서 업무·고용 등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이라는 협소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성폭력범죄는 수사기관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지만성희롱은 형사범죄가 아닌 민사책임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므로 성희롱 피해자가 수사기관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다현재 국내에서 성희롱에 관한 진정을 접수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들 수 있지만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의 경우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에 포섭되기 어렵기 때문에 성희롱 피해학생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피해사실을 진정할 수가 없다따라서 대학 내의 문제해결 기구는 학생 간 성희롱 사안에 대한 유일한 문제해결 수단이 된다.학내 문제해결 기구를 상설화하고 그 운영을 실효적으로 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2) 학내 문제해결 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 전문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의 경우, 3명의 변호사와 1명의 심리상담사가 상근하면서 학내 사건의 상담과 조사를 전담하고 있으며그 조사진행 및 조사결과에 따른 사후처리 등에 관해서는 전적인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피해자 보호·배려를 위한 비밀유지 원칙에 의거하여 조사개시 여부조사의 향방조사결과에 따른 징계권고양정 등 모든 내용은 서울대학교 총장이나 그 밖의 학내·외 기관에 보고할 의무를 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외부로부터의 일체의 간섭이나 영향력을 받지 아니한다.

          변호사가 사건조사 초기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은 전반적인 공정성 및 객관성 담보에 도움이 되는 이외에도독립적으로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공인자격을 보유한 자가 대학 내 징계 등 사무에 관여하는 것이니만큼 문제해결 기구의 독립성을 그만큼 더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징계처분 이후에 예상되는 학외 불복절차에서 대학의 입장을 충실하게 방어하는 데에 보다 유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사정에 따라서는 상근 변호사를 배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최소한 성희롱·성폭력 문제의 1차적 조사단계에서부터 깊이 개입할 수 있는 비상근 자문변호사를 위촉해 두는 것은 꼭 필요할 것으로 본다.

 

(3) 조사 진행에 관한 법적 쟁점을 처리하기 위한 부문과 함께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심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심리 상담 부문을 문제해결 기구에 병행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는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고 고민을 거듭한 상태에서 학내 문제해결 기구의 문을 두드린다사건접수 초기단계에서부터 자신이 피해를 입었음을 호소하는 이에게는 충분한 정도의 심리적 지원과 조력이 제공되어야 하며이러한 점은 사건에 대한 정식의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과 사건에 대한 최종처분이 내려진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그만큼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들에서 학내 문제해결 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사건 당사자에 대한 상담과 조사업무를 1명의 담당자에게만 맡겨두고 있는 예를 볼 수 있다그런데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지원 업무라는 것과양 당사자 어느 한 편에 치우침 없이 중립적 견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사건조사 업무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듯이 그 성격이 처음부터 상이하다심리적 조력 제공을 위해서는 가까운 거리에서 라포(rapport)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만중립적 조사를 위해서는 양편 당사자 모두에 대하여 일정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결국한 사람의 담당자가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사건에 대한 조사업무 전반까지 모두 소화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적절하지 않은 일이다엄정한 조사를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충분한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수 없게 되고,피해자를 심리적으로 배려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자로부터의 편파성 시비를 피할 길이 없게 된다따라서 학내 문제해결 기구 내에 조사업무와 상담업무를 분담할 수 있도록 별개 역할을 수행하는 두 부문을 병행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대학은 성희롱·성폭력에 관한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 policy)’을 실천하여야 한다.
 

          최근 들어성희롱·성폭력 문제와 관련하여 무관용 원칙이라는 용어가 널리 확산되어 가고 있다말의 뉘앙스 상이는 극히 사소한 잘못이라 하더라도 가해자를 대학사회로부터 완전히 축출해 버려야 한다는 의미로 오해될 소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그러나 무관용 원칙의 근본 취지는 모든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관하여 대학이 이를 외면해 버리거나 가벼이 여기는 일 없이발생한 사안의 경중에 상응하는 책임을 예외 없이 가해자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피해자의 피해사실이나 신상정보 등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그러나 이것만으로 피해자 보호·배려가 적절하게 완수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별다른 책임도 지지 않은 가해자가 버젓이 캠퍼스를 활보하고 다니는 모습에서 피해자들은 한 번 더 절망하고 분노하게 된다피해자 보호·배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수긍하고 동의하더라도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에 대해서는 다소 주저하는 듯한 대학들의 모습을 보곤 한다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없는 피해자 보호·배려는 처음부터 형용모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각 대학에서는 보다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나가며
 

          대학사회 역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하지만 우리가 그럼에도 대학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풀어내는 것이 다름 아닌 대학이 수행하는 기본 역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마치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 뒤로 감추고 쉬쉬할 때그 문제는 어느 샌가 곪아서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처럼 폭발적이고도 파괴적인 양상으로 터져 나오게 될 것이다지적했던 대로성희롱·성폭력 문제는 앞으로도 대학사회 내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때 이를 완전히 근절해 낼 수는 없더라도 유의미한 정도로 이 문제를 줄여나갈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한다그런 면에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에 관한 이 짧은 논고가 이 사안에 관한 마지막 문제제기가 되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라 감히 생각한다.


출처: <대학교육> 제193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편) http://magazine.kcue.or.kr/last/popup.php?vol=193&no=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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