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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100만 원'이 아니면 다시 돌아오신다고요?
  • Category뉴스
  • Writerprevent
  • Date2016-10-28 10:55:48
  • Pageview3020
[기고] '100만 원'이 아니면 다시 돌아오신다고요?

박찬성 변호사,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성범죄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주저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비밀을 최대한 보장하더라도 범죄 특성상 최소한 가해자에게만큼은 고소인이 누구인지 감추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교원에 의한 학생 대상 성범죄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학생의 입장에서 교원은 우월적 지위에 있다. 교원의 학생 대상 성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피해자는 처벌 이후에도 가해자의 유·무형의 영향력으로 인한 불이익을 도리어 자신이 받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가해자는 학교에 멀쩡히 남아 있는데, 피해자가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를 떠나게 되었던 예도 있다고 하니 학생들의 두려움이 기우인 것만도 아니리라. 교원의 성범죄가 형사고소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마음먹은 경우뿐이다. 신고가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의 경우에는 경중을 가리지 않고 형이 확정되기만 하면 교원의 당연퇴직 사유가 된다. 하지만 현행법은 성인 대상 성범죄의 경우에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그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경우에만 이를 당연퇴직 사유로 삼는다. 대학(원)생의 대부분은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지만, 교원이 성인인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더라도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내려지지 않았거나 해당 대학이 그 성범죄를 사유로 파면·해임을 내리지 않은 이상 성범죄 교원이 대학으로 복귀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그런데 80만 원의 벌금형과 100만 원의 벌금형 사이에 피해자 보호 필요성에 있어서 본질적 차이가 있을까? 성범죄 교원의 당연퇴직 사유 하한선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법은 학문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대학교원에 대하여 두터운 신분보장의 특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대학교원에 대한 신분보장 특권이란 성범죄를 자행하고도 자리를 보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런 따위의 자유와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은 여성권익의 향상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특별히 명시하고 있는데, 학문의 자유라는 고귀한 목적을 위한 법이 성범죄 교원의 방패막이로도 오용된다면 이는 그 자체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은 아닐까?

 

개선입법 이전이라도 각 대학에서는 교원의 성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자의 최우선적 보호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피해자의 학업과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필요한 기간 동안 가해자의 강의를 제한·조정하는 등 분리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피해자 아닌 가해자의 배제와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법은 교원의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할 뿐, 정당한 사유에 기한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다. 일정 기간에 한하는 공간분리, 강의제한 등의 조치는 법이 금하는 강임·휴직 또는 면직이 아니며 강의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는 문제도 없을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67458.html#csidx492060e33fc3adcb770ba8ae5ed56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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