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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 뭔가 단초가 있지 않았을까요?
  • Category소식
  • Writerprevent
  • Date2017-03-02 15:54:25
  • Pageview3075

이런 걸 두고 기시감이라고 하는 걸까. 시간차를 두고 접했던 두 건의 스토킹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한 마디 한 마디 말과 그 행동까지도 판박이처럼 비슷하다는 사실에 소스라칠 정도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 가지 더. 해당 사안을 접한 주변 일각의 반응까지도 유사했다. ‘지금에 와서는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초기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모종의 연애감정 같은 것이 서로 조금은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라는 주위의 반응들. 몇몇 사례들을 지켜 본 필자로서는 이제 상당한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답한다. ‘아닐 겁니다. 아마, 분명히 아닐 겁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렇다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백보를 양보해서 두 사람이 소위 ‘썸’이라고 말하는 호감이나 연애감정이 있었던 사이, 또는 실제 연인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그러한 감정교류가 있었다는 사정이 지금 이 시점의 폭력적 가해행위를 단 한치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연인이었던 자가 과거의 연인을 스토킹하는 것과 아무런 애정관계도 없었던 자가 타인을 스토킹하는 것 모두, 그 책임의 양적·질적 차이를 따질 수 없는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자가 경험했던 사례들에서 피·가해자는 연인관계였던 것도 서로 간에 연애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정확한 비율을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마도 많은 스토킹 사안들이 이와 비슷하리라. 피해자는 지금 겪고 있는 피해만으로도 이미 힘겨워 하는데, 그에 더하여 자신이 실제로는 가해자와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는 점을 강변해야 할 부담까지 지게 될 우려가 크다. 다름 아닌 저 잘못된 통념 때문에 말이다. 피해자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 그 책임은 오롯이 가해자에게 있다. 피해자에게 그 책임의 일부라도 묻는 것은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라는 건 확고부동한 철칙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모종의 연애감정 같은 것이 초기에 서로 있었던 것은 아닌가요?’ 라는 의심은 피해자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궁과 결과적으로는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상대방이 원치 아니함에도 일방적으로 연락과 대면접촉 등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더 나아가 교제를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엄연한 성적 괴롭힘의 일종이다. 아직까지 스토킹은 그 자체만으로는 경범죄의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좀 있을 수도 있는 거지’ 라는 식의 그릇된 생각조차도 사람들 사이에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스토킹이 비록 경범죄라고는 하나, 이로부터 발원하여 중대한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토킹으로 시작되어 끝내 방화에까지 이르게 된 사례를 본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사소하다고 할 수는 결코 없는 법이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입법적 노력이 최근 들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처벌만으로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수의 스토킹이 가해자의 망상에 기하여 일어난다. 스토킹 사안 피해자 보호를 위한 주변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상담·치료적 차원의 가해 재발방지 노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뒷받침도 또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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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womennews.co.kr/news/112207
1430호 [오피니언] (2017-03-02)
박찬성 변호사 ‧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polics8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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