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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미술, 인권의 시선’ - 『불편한 미술관: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 저자 김태권과의 대화
  • Category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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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2018-04-11 13: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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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미술, 인권의 시선’ - 『불편한 미술관: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 저자 김태권과의 대화
 
작성 : 김현우 (정치외교학부)
 
 3월 29일(목요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삼익홀에서 인권센터가 주최한 인권포럼에서 김태권 작가는 ‘인권의 시선을 통해 미술 작품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하였다. 이번 포럼은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그림 속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여, 미술 작품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였다.

 
대개의 그림은 그림이 그려진 당시 사회 다수자의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많은 그림은 화가가 의도한 대로, 혹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잠재의식적으로 사회의 지배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김태권 작가는 삼강행실도를 이러한 정서가 투영된 그림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삼강행실도는 이 그림이 그려진 당시 사회의 윤리의식과 권장되는 규범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시선으로 삼강행실도를 들여다본다면 삼강행실도가 담고 있는 내용은 윤리적이지도, 바람직한 사회규범을 담고 있지도 않다. 더 나아가 삼강행실도를 보면 우리는 여기에 그려진 윤리의식이 당시 지배층인 양반 남성 중심의 가치관임을 알 수 있다.
 
김태권 작가는 『다니엘서』의 수산나 일화를 그린 17세기의 그림들을 보여주며 화가의 인권 감수성에 따라 같은 내용도 다르게 그려질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더불어 미술 작품을 통해 2차 가해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남성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렘브란트의 그림과 남성 판타지를 자극하며 관객들도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게르치노의 그림은 두 남성 화가의 대비되는 인권 감수성을 보여준다.

두 남성 화가들의 그림과는 달리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그림은 두 남성 화가의 그림과는 다른 시각에서 수산나를 그리고 있다. 이 그림에서 수산나는 두 노인에게 짓눌려 갇혀버린 모습으로 묘사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만이 결국 수산나의 입장에서 주변의 어느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태권 작가는 그림이 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통해 다수자의 선전물로 쓰이기도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여성 혐오, 인종 혐오를 담고 있는 그림을 그 대표적인 예로 제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선전물은 미국의 유색인종 병사를 음란한 욕망의 가해자로, 이탈리아 여성을 피해자로 그리고 있다. 김태권 작가는 이 선전물에 ‘지켜야 할 여성의 성’과, ‘막아야 할 유색인종의 욕망’이라는 관념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미술 작품은 그 자체로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을 담고 있으며 혐오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그림이 이탈리아 극우 정당에 의해 오늘날에 부활했다는 것이다.

 
소수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제시하는 미술 작품에서 또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단순한 선악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선한 일이 누군가에게 악한 일이 될 수 있다. 어떤 소수자를 권리를 신장하는 운동이 어떤 소수자를 더욱 배척하는 운동이 될 수 있다. 김태권 작가는 성조기 히잡을 쓰고 있는 ‘We the people’ 그림 시리즈를 보여주며, 이 그림에서 이슬람 포용, 여성 인권의 가치가 대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 앞에서 무기력감을 느끼고는 한다. 김태권 작가는 여기서 우리 앞에 하나의 길잡이가 되는 원칙을 제시한다. 그는 우리가 소수자의 입장에서 당사자가 어떻게 느낄지 생각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해답이 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소수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렇다면 인권 감수성 면에서 바라봤을 때, 훌륭한 그림은 무엇일까. 다수자가 그린 그림이더라도 소수자의 시선에서 생각하는 그림, 그리고 불편함을 인지하고 그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그림이어야 할 것이다.



김태권 씨의 강연이 끝나고 포럼 참여자의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예술가의 창작행위가 소수자 문제를 부각하여 소수자 권리 증진에 역풍이 불어오는 상황이 예견된다면 예술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태권 씨는 본인 스스로 당사자가 아니라면 조심스럽겠지만, 그럼에도 예술가는 문제를 제기해야 하며, 그러한 문제 제기로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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