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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6회 열린인권강좌> 제3강: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을 넘어”
  • Category소식
  • Writer성희롱·성폭력상담소
  • Date2018-07-17 13:56:17
  • Pageview2343
[후기 ] <제6회 열린인권강좌> 제3강: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을 넘어 - 성폭력 사건해결은 어떤 과정, 어떤 의미여야 하는가?"
(강연자: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Me, too”의 경험을 “With you”의 연대로
 
작성: 김채연 (정치외교학부)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한국에서도 들불처럼 번져 법조계, 문단계, 연극계, 그리고 정치계 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성폭력 피해 경험이 폭로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에도 성폭력 피해는 끊임없이 존재해왔지만, 많은 경우 2차 피해를 우려하여 말하지 못하거나 용기 내어 이야기를 한 경우에도 공론화에 실패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강연은 그간 이루어졌던 반(反)성폭력 운동과 그 과정에서 사용되었던 ‘피해자 중심주의’와 ‘2차 가해’ 개념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앞으로 반성폭력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가를 질문한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그간 성폭력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일종의 도덕주의로서 적용되었던 ‘피해자중심주의’와 ‘2차 가해’ 개념의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피해자중심주의는 원래 성폭력 사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보편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남성 중심의 인식을 ‘합리적 여성’의 인식으로 변화시키고 피해자 관점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점차 피해자중심주의는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에 독점적 해석의 권한을 부여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결정하도록 하여 피해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오용되었다. 이는 오히려 피해자가 무결해야한다는 압력을 강화하고 성폭력을 집단적 지식이 아닌 개별 행위 당사자의 경험으로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연대는 더욱 불가능해지고 성폭력 문제의 공동체적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 
 ‘2차 가해’라는 용어 또한 피해자중심주의와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자와의 연대를 어렵게 만들고 진상 조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남용되었다. 2차 가해 용어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2차 피해를 문제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2차 피해란 다른 폭력과 달리 성폭력에서 특수하게 나타나는 문제로서, ‘사회적 강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차 피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차별주의와 잘못된 성 통념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일을 총칭하여 2차 피해라고 부른다. 이는 형사 사법 절차의 제도적 측면과 성폭력 사건의 공론화 과정에서 제3자에 의해 행해지는 비제도적 측면 모두에서 발생한다. ‘2차 가해’ 용어는 이처럼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는 공동체와 개인의 전략으로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2차 가해’의 용어가 ‘2차 피해’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피해 사실보다 2차 가해를 저지른 개인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그리고 ‘2차 가해’ 용어의 사용은 피해 사실에 대한 진상 조사를 꺼리게 만들고, 오히려 2차 가해를 저지른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피해자를 더욱 모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피해자중심주의’와 ‘2차 가해 처벌’의 원칙 속에서 피해자는 그동안 피해를 호소하는 ‘무결한’ 피해자로서의 역할만을 요구받아왔고 그럼으로써 배제되고 타자화 되어왔다. 미투 운동 이후의 한국 사회는 이러한 원칙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희정 지사의 재판에서 피해자의 이전 ‘행실’이나 성적 경험이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로 고려되고, 합정 스튜디오 불법 촬영 사건의 피의자 죽음 이후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청원이 등장하는 등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은 수많은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2차 피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은 어떻게 2차 피해를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2차 피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성폭력 문화에 저항하고 이에 연대할 수 있는가이다. 



 반성폭력 운동의 핵심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에 대한 해석 투쟁이다. 미투 운동은 이러한 해석 투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험적 기반과 연대의 가능성을 “Me, too”와 “With you”로서 제시한다. 오늘날의 미투 운동이 이전까지의 반성폭력 운동과 다른 점은 사법 제도 바깥에서 여성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투 운동은 그동안 성폭력 경험이 ‘특별한’ 것, ‘수치스럽고 감추어야 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미투, 위드유의 방식으로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것, 공유할 수 있는 상황적 지식이 되었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연대를 촉발시켰다. 이러한 점에서 미투 운동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폭력 경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해결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다. 변화의 기로에 서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Me, too”의 경험을 “With you”의 연대로 잇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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