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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 11차 서울대학교 인권포럼> 파비안 살비올리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유엔특별보고관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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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2019-04-02 14: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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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차 서울대학교 인권포럼> 인권침해와 피해자의 권리
(Right to Reparation in the Context of Human Rights Abuses)
강연자: 파비안 살비오리(Fabian Salvioli)


 
작성자: 김현우 (정치외교학부)
 
2019년 3월 21일 (목요일) <제11차 서울대학교 인권포럼>에서는 “인권침해와 피해자의 권리”라는 주제로 파비안 살비오리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강연이 있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장 이상원 교수의 인사말로 시작되어 인권센터 이주영 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강연이 열린 법학전문대학원 서암홀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이번 강연에서 지역적 차원의 국제인권재판 체제, UN 자유권위원회의 활동을 살펴보는 한편,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위한 원칙을 제시하였다.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먼저 지역적 차원의 국제인권재판 체제를 설명하였다. 지역적 차원의 국제인권재판은 유럽, 미주, 아프리카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포럼에서 다루어진 것은 유럽과 미주의 국제인권재판 체제였다.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유럽 인권재판 시스템을 ‘금전적 배상에 무엇인가 덧붙여진 체제’라고 요약하였다. 유럽 인권협약에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규율하는 41조에는 ‘만족(satisfaction)’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때의 ‘만족’은 ‘금전적 배상’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을 집행하는 유럽평의회 각료회의는 ‘중대한 집행’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는 국가가 배상해야 할 때, 내부 절차의 개정·법 개정·내부 교육·판례 변경 등을 조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주 인권협약에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규율하는 63조는 배상의 세 요소를 규정한다. 첫 번째 요소는 침해당한 피해자의 권리·자유를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권리·자유를 침해하는 조치 및 상황의 결과가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피해자에 대한 공정한 금전적인 보상이다.

이를 볼 때, 유럽 인권재판 체제보다 미주 인권재판 체제가 법적으로 더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주 인권재판소의 판례가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보다 더욱 풍부한 조치를 담고 있다. 실제로 미주 인권재판소는 온두라스·페루 등에 대하여 금전적 배상·원상복구·행위에 대한 공식적 인정과 공식적 사과·재발 방지 보장·법률 및 헌법 개정 등을 판시한 바 있다.
 
지역적 차원의 국제인권재판 체제 이외에도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UN 자유권위원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UN 자유권위원회의 활동을 설명하였다. UN 자유권위원회는 2004년 일반논평 31호를 통해 적절한 금전적 배상과 함께 원상복구·재활·만족을 위한 조치·공개적인 사과·재발 방지 등의 조치를 규정하였다. 그러나 ‘적절한’ 금전적 배상에 있어 ‘적절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시하지 않았고, 각국의 이행을 끌어낼 구체적인 조치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국가도 위원회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UN 자유권위원회는 2008년 일반논평을 통해 인권침해가 있다고 확인이 되면 그 국가는 구제조치를 할 필요가 있음을 명시하였다.

UN 자유권위원회가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한 것은 2009년부터였다. 고문을 받아 실명한 피해자에 대한 안과 시술 요구,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 요구, 강제실종 피해자 유해 송환 요구, 양심적 병역거부제 도입 제안, 낙태를 금지한 헌법 개정 제안 등을 통해 인권침해를 일으킨 국가에 대하여 실질적인 조치를 촉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2015년 구제조치(remedy)와 배상(reparation)을 모두 언급하여 구제조치로 말미암아 배상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원칙을 만들었다. 2016년에는 원상복구, 금전적 배상, 재활, 만족을 위한 여러 조치, 재발 방지 보장, 그 외의 몇 가지 조치들을 수록한 “배상에 관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on measures of reparation under the Optional Protocol to 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을 채택하였다.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전환기에 벌어진 중대·심각한 인권침해에 관하여 테오 반 보벤(Theo Van Boven)이 기초한 “국제 인권법의 중대한 위반행위와 국제 인도법의 심각한 위반행위의 피해자 구제와 배상에 대한 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가이드라인”의 내용 또한 소개하였다. 전환기에 국가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여 허용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가 이를 배상을 할 법적 책임이 있고,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국제 인권법 위반이라는 것이 이 가이드라인의 핵심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국내법과 국제법을 일치시키기 위해 국내에 여러 제도를 도입할 것 또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이드라인은 적절·적정하며 실효성 있고 즉각적인 구제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의도한다. 이때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는 예방과 침해상황에 대한 조사, 가해자를 기소하고 처벌하는 것을 포함한다.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이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받지 못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스페인 내전 피해자·라틴아메리카 독재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하고 즉각적인 배상을 위해 여러 정부와 싸우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역설하였다.

피해자의 구제 권리에 대해서는 재판 및 여러 조치들에 대한 접근권, 이를 보장받기 위한 정보 접근권이 모두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받아야 하는 배상의 정도는 피해를 받은 정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일견 지나치게 보일 수 있는 정도의 배상일지라도 완전한 배상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만족을 위한 조치 또한 시행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만족을 위한 조치는 침해가 계속되고 있을 경우, 침해 중단을 위한 효과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진실이 밝혀져야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공개사과와 교육제도에 관련 내용을 넣는 것 등이 피해자의 만족을 위해 필수적이다. 더불어 공무원, 사법부 등에 대해 국제인권법을 교육하는 한편, 침해가 발생하게끔 한 구조·체계 변경을 통해 재발 방지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인권침해 문제를 다룰 때 젠더 문제의 중요성 또한 역설하였다. 젠더와 관련된 침해의 피해자들은 매우 드물게 배상받고 있으며, 국제기구들도 남성 중심성을 보이고 있다. 젠더 문제에는 성폭력, 그중에서도 특히 강간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여성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인권침해가 있을 때는 보다 포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젠더와 관련해서도 지역 인권재판소에서 진일보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 정부를 대상으로 한 사건에서는 아동·여성 등 상호 교차하는 차별을 잘 밝혀내는 한편, 볼리비아 정부를 대상으로 한 사건에서는 볼리비아에서 실시된 강제 불임시술에서의 가족·의료 내 남성중심성을 잘 포착해낸 것이다.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몇 가지 사항을 강조하였다. 첫째, 피해자가 모든 절차에 참여해야 하며, 대상화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중대·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모든 조치를 동시에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피해자의 필요(needs)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둘째, 젠더 문제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불평등한 구조를 없애야 하며, 성차별이 전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심각한 형태의 인권침해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한다. 페미니스트가 아니고서는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없다. 셋째, 대대적인 인권침해를 완전히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피해는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한 참가자는 미주와 유럽의 지역 인권재판 체제가 다른 것이 시간적 차이와 재판소에 부여된 권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질문하였다. 이에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이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유럽 인권협약은 1950년대에 제정된 한편, 미주 인권협약은 1969년에 제정되었던 것이 두 체제의 차이점을 가져왔을 수 있으며, 미주 인권재판 체제에는 각료회의라는 것이 없고 재판소만 있다고 덧붙였다.

현존하는 배상 제도가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되었다. 이에 파비안 살비오리 특별보고관은 현 제도가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그럼에도 국제재판소와 인권재판 체제가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지만, 후지모리 등의 가해자가 기소되고 형을 살고 있음을 볼 때, 미래는 변화할 것임을 전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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