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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7회 열린인권강좌> 제4강: "우리 헌법의 정의원리들"
  • Category소식
  • Writer성희롱·성폭력상담소
  • Date2019-07-24 13:28:47
  • Pageview1848
[후기] <제7회 열린인권강좌> 제4강: "우리 헌법의 정의원리들"
(강연자: 김도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작성: 이선호 (건축학과)

  2019년 7월 11일 (목요일), <제 7회 열린인권강좌: 어떤 정의? 사회정의와 인권에 대한 질문들>의 네 번째 강의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도균 교수의 ‘우리 헌법의 정의원리들’이었다. 지금 우리의 헌법에 존재하는 정의론의 배경을 확인하고, 보다 더 완전한 정의를 위해 헌법에 담긴 정의원리들을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 탐구해보는 시간이었다.



  헌법은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는 것이 목적임을 전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제10조), 평등권(제11조), 노동권(제32조) 등을 보장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다시 말해, 헌법은 ‘불의를 타파’함으로써 실현되는, 마땅한 정의로서 국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정의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전통적인 정의 담론은 분배의 정의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했다. 언제나 자원과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 공동체를 위해 누군가는 의무와 부담을 짊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이냐는 문제가 곧 정의에 대한 논의가 되었다. 로마법은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며, 그러한 분배의 의지가 ‘안정적이고 일관적일 것’. 이 때 정의는 각자가 가질 자격이 있는 몫에 대한 것, 정당한 권리-의무 관계를 형성하는 것, 공평무사하고 일관적일 것, 그리고 행위자로서의 인간이 지켜야 하는 것이 된다.

  문제는 ‘각자의 몫’을 정하는 방법에 대한 합의이다. 많은 사람들은 ‘평등하게 분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균분의 원칙이 유일한, 최상위의 정의 원칙인가?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평등해질 수 있는가? 아무리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진다 해도,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평등하게 분배될 수 없다. 평등의 원칙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이면에는 항상 불평등의 요소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들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나쁜 것인가? 우리는 평등의 원칙이 사람들 사이를 구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존재로서의 평등을 부인하며, 후천적 신분을 고착시키는 불평등에 반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을 수 없음을 명시하지만(제11조 제1항), 그 목적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차별은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원리에 반하지 않는지, 입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정당한 차별로 판단될 수도 있다.

  각자의 몫을 각자가 노력한 만큼, 즉 마땅히 가질 만한 것을 가지자는 응분 원칙 또한 존재한다. 행위자의 노력에 당연한 대가가 따라붙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원칙은, 동시에 행위당사자들이 선택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요인들에 의해 이득•부담이 배분되는 것을 반대한다. 이 논리는 불로소득에 대해 반대하며, 재산이라는 것은 각자가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기 능력으로써 자기가 생산한 것에 대해서 공정한 시장에서 생산물과 바꾸어 얻은 것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J. S. Mill).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들이 노력을 할 수 있는 발판인 사회의 제도, 지식이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은 간과된다. 과거의 토대 위에서 내가 생산한 부는 상당한 정도 과거에 축적된 사회적 유산의 영향으로 획득된 것이다. 이러한 ‘지식 유산 이론(Knowledge inheritance theory)’의 관점은, 어떤 사람의 재산권이 그 사람의 전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인 성격 또한 띠고 있음을 조명한다. 우리 헌법 또한 재산권을 보장하지만 다른 기본권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재산권에 관한 규율권한을 유보한다(제23조 제1항). 따라서 재산권의 규율은 입법자에 의해 그 재산의 사회적인 연관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각자에게 각자의 필요에 따라 분배하자는 논리는 19세기에 중요한 사회정의 원리로 등장하였다. 이 때 필요(needs)는 객관적으로 그 사람이 모멸을 당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에 필수적인 것들에 대한 필요이다. 한 사람이 앞서 말한 평등 원칙, 응분 원칙의 주체 및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것, 즉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정의의 제1원칙이 된다. 우리의 헌법 또한 이와 같은 논리를 수용하고 있다. 헌법은 제34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사회적 기본권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헌법은 우리 국가가 사회현상에 대하여 방관적인 국가가 아닌, 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정의로운 사회질서의 형성을 위해 사회현상에 관여•조정하는 국가, 궁극적으로는 국민 각자가 실제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조건을 마련해줄 의무가 있는 국가임을 규정한다.



  우리에게 오랫동안 정의란 곧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각자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물론 그 자체만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성과와는 무관한 성별, 인종, 부 등과 같은 기준으로 재화가 분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절차적 공정성과 능력주의에 대한 논의가 모두에게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것을 망각한 절차적 공정성과 능력주의는 능력과 재능이 부족한 이들을 ‘마땅히 차별받아야 할 존재’로 규정하는 新-신분사회로 나아갈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한 번 시작된 ‘정당화된 경제적 불평등’은 교육의 불평등을 낳고, 소득과 지위의 불평등은 대물림된다. 기존의 신분사회를 타파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던 능력주의가 또다시 출생이나 소속이라는 우연한 운이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새로운 신분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적 차원에서 정의의 실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재능과 능력의 평가는 사회 제도에 따라, 불평등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노력과 능력의 부족을 탓하기 이전에, 재능 계발의 선택에 필요한 좋은 조건들이 먼저 사회에 의해 충분히 제공되었는가를 따져보는 선택환경의 정의로움(background justice)을 우선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때, 단순한 평등 분배 상황보다는 일부에게 좀 더 많은 재화를 부여했을 때, 즉 정당한 불평등의 결과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처지를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고려를 바탕으로 헌법에 담긴 정의원리들을 모색하고 재해석한다면, 이미 도래했을지도 모르는 新-신분사회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강의 후 질문이 이어졌다. 新-신분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헌법의 재해석은 보상에 대한 정당한 상한선과 하한선을 헌법에 규정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김도균은 정당한 보상에 대해 구체적 기준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불가하며, 나중에 바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정치의 영역에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실제 법이 적용되는 사항은 정의의 여러 가지 원칙이 충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추어 어떤 정의 원칙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新-신분사회를 정당화하는 원칙을 깨는 것은 절차적 공정성을 달리 이해하는 것으로, 대안적인 기회균등 원칙을 만들어나가는 것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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