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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9회 열린인권강좌> 강신찬 제1강: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소수민족, 국내 정치, 미·중 관계"
  • Category소식
  • Writer성희롱·성폭력상담소
  • Date2021-05-07 13:43:32
  • Pageview325
<제9회 열린인권강좌>
제1강: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소수민족, 국내 정치, 미·중 관계"
(강연자: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군부가 빠져나갈 뒷문을 열어두어서는 안 된다
 
작성: 강신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이 지켜질 기미가 안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시민들을 국제사회가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 도입된 R2P(responsibility to protect)는 미얀마 사태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쿠데타를 일으킨 후 미얀마 시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며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박격포를 쏘아 수많은 시위대를 사망케 하고 시위대를 치료한 의사를 구금하는 등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일삼으며 공포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벌써 3개월이 흘렀으나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군부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고 있어 국제사회는 속수무책으로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폭압을 지켜만 보고 있다.

과거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무참히 학살했던 미얀마 군부는 21세기에 접어들어 그럴싸하게 정치개혁을 하는 듯 행세하여 미얀마의 민주화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주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하고 언론검열을 폐지하였으며, 권력을 독점한 정치 세력이 야당과 대화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미얀마 시민들은 물론 국제 여론도 미얀마가 민주화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군부 강경파가 퇴진하고 자유·공정 선거를 실시하여, 한때 가택연금까지 되어있었던 아웅산 수치가 민간 정부를 꾸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실상 군부는 철저히 설계된 민주화 로드맵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권세가 영속되도록 배후에서 모든 일을 조종하고 있었음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2008년 헌법은 군부가 물리력·경제력을 독점하는 길을 열어주었고, 특히 의회의 의석 중 25%를 군부에게 배당함으로써 정치 권력에서 군부가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보호막이 되었다. 가족 중 외국인이 있는 자는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어 영국인 남편을 둔 아웅산 수치를 효과적으로 견제하였고,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을 무조건 25%의 군부 위원 중에서 뽑도록 함으로써 군인의 정치적 위상을 보장하였다. 반란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시 군사령관이 주권을 행사한다는 조항을 넣음으로써 대통령의 권한을 언제든 무력화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군부는 주변국으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과 긴밀하게 손을 잡았다. 미·중 패권경쟁을 위해 질주하던 중국은 미얀마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간파하고 때마침 미국·유럽의 관심이 소홀해진 틈을 타 미얀마와 급속도로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미얀마는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폭 의존하게 되었고, 중국은 이에 화답하여 군사적 후원마저 아끼지 않았다. 인도 역시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입장에서 미얀마를 지원하였고, 아세안은 미얀마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미얀마를 아세안에 가입시켰다. 군부와 서방국의 관계가 틀어졌음에도 아시아 주변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군부는 통치 기반을 확고하게 유지해올 수 있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워낙 심한 탓에 수치 정부도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 정부에 손을 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은 미얀마에 친중 정부가 들어서기를 원한다. 미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미얀마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군부는 일단은 중국과 가깝게 지내면서 자신의 뒤를 봐줄 세력이 누구인지를 계산하는 듯하다. 복잡하게 얽힌 국제관계 속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끔찍한 만행에 하루하루 괴로워하고 있다. 고질적인 군부의 권력 독점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국제관계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싹을 잘라내지 않으면 미얀마에서는 언제든 지금과 같은 폭력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을 비롯하여 국제사회는 R2P에 대한 절실한 요청으로 이들에 대해서도 함께 압력을 넣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군부는 언제든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민들의 인권을 침탈할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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