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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대한 서울대 인권센터 의견서
감염 위험이 더 높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국적만을 기준으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제하는 서울시의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행위입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서울시에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의 철회를 요청합니다.


1. 서울대학교는 서울시로부터 3월 17일 서울시 내 모든 ‘외국인 노동자’는 3월 31일까지 의무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받았습니다. 행정명령에는 진단검사를 받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감염 위험 요인과 무관하게 한국 국적이 아닌 근로자들은(서울대학교의 외국인 교원·직원 포함)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정해진 기간 안에 의무로 받아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2.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외국인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은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 사례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러나,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집단감염 발병의 근본 원인은 밀집·밀접·밀폐로 감염에 취약한 노동조건과 열악한 주거환경이지 그곳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국적에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업장에서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조치는, 감염에 취약한 노동조건과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고, 증상이 있는 경우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두려움 없이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즉, 국적과 무관하게 해당 사업장의 모든 종사자를 대상으로, 감염에 취약한 사업장 특성에 맞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3. 이번 행정명령은 국적을 기준으로 한 차등대우입니다. 모든 차등대우가 불법적인 차별행위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방지라는 정당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국적을 기준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결여하여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 볼 수 없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은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켜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함에도 도리어 역효과를 낼 것이 크게 우려됩니다.
 
즉, 이번 조치는 집단감염 확산 방지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적정 수단으로서의 근거는 희박한 반면, 외국인들이 느끼고 경험하는 사회적 낙인과 불이익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제하는 서울시의 행정명령은 차별행위로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합니다.
 
4. 또한 이번 행정명령은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인종차별철폐협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평등권 관련 규정 위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과거 법무부가 한국계 아닌 외국인 교사에 대해서만 E-2 비자 연장시 HIV/AIDS 검사를 의무화한 것에 대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와 자유권위원회는 각각 인종차별철폐협약 위반(L.G v. Republic of Korea, 2015), 자유권규약 위반(Vandom v. Republic of Korea, 2018)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중보건에 실효성이 없고 인종에 기반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2017년 법무부는 E-2 비자 외국인 등록 시 HIV/AIDS 검사를 요구하던 고시를 폐지하였습니다. 2019년 10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외국인 영어교사가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인종에 기초하여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는 HIV 검사는 위법이므로 국가가 청구인에게 3천만원을 배상하여야 한다고 선고한 바 있습니다(2019.10.29. 선고 2018가단 5125207 판결).
 
5. 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 국적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방역정보, 진단검사 및 보건의료서비스, 안전하고 위생적인 노동조건 및 주거환경을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누리는 것입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020년 5월 발간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인권지침에서 특정 국적이나 민족에 속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낙인, 차별, 인종주의, 외국인혐오에 강력히 대응하고, 이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정보, 진단검사, 보건의료 서비스 등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OHCHR, 2020). 유엔국제이주기구와 국제상업회의소는 이주노동자에 초점을 둔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발간하였는데, 이 지침에서도 이주노동자들과의 정보소통, 외국인혐오와 이주민 차별에 대한 대응, 노동 및 주거환경의 안전과 위생 증진을 위한 조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환경 조성 등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ICC & IOM, 2020). 이러한 국제논의에 비추어,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에 취약한 사업장과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집단들에게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고 소통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서울대학교 학칙」에 따라 설치된 기구입니다. 서울시에 외국인 노동자(서울대학교의 외국인 교원·직원 포함)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청합니다.
 
 
 
2021년 3월 18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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