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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제8회 열린인권강좌> 제3강: "판데믹 시대에 국가권력의 강제와 제한-감염병예방법을 중심으로-"
  • Category소식
  • Writerprevent
  • Date2020-08-03 07:44:34
  • Pageview674
<제8회 열린인권강좌> 제3강: "판데믹 시대에 국가권력의 강제와 제한
-감염병예방법을 중심으로-"
(강연자: 최유 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작성: 김진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사과정)
 
 
위기의 시기입니다. 이전의 감염병이 그랬듯 코로나 유행에서도 사람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혹은 국가를 운영하는 이들이 사람들이 위기를 믿도록 만들면 그때부터는 예외의 시기가 시작됩니다. 예외상태에 도달한 국가는 이전과는 다른 예외적인 힘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또는 당연하게도 예외상태에서 국가가 휘두르는 예외적인 힘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형태를 띠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국가의 책임을 떠안도록 만듭니다. 코로나 유행 초기에 이탈리아 정부가 상황을 과도하게 부풀려 예외적인 상황을 일상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주장했던 아감벤의 주장이 결과적으로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바래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합니다. 메르스 유행 초기 역학조사를 위해 CCTV를 확인하고, 신용카드 기록을 뒤졌지만 이는 사실 불법이었습니다. 국가가 위험에 처했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도 없이 이루어졌던 역학조사는 메르스 유행이 잠잠해진 어느 때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슬그머니 합법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요컨대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셈이지요. 성범죄자의 정보를 공개하는 기존의 (사회)기술은 코로나 확진자의 정보를 관공서의 홈페이지에 세세하게 게시하는 방식으로 반복되었고, 성범죄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전자발찌는 자가격리 이탈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안심밴드로 모습을 바꿨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감염병에 관한 법은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벌주의와 미지의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더 많은 인권침해, 더 많은 억압적 수단을 당당히 요구하는 가운데,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라는 기술적이고 편리한 핑계 뒤에 숨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동시에 개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감염병 확산을 막을 만큼 효과적인 어느 적정한 선을 찾아내야 하고요. 감염병예방법이 보여주는 국가권력의 강제와 제한을 다룬 최유 박사님의 강의에서는 그런 고민이 십분 묻어났습니다. 한국이 코로나 유행에 잘 대응했지만, 법의 관점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설명은 K-방역이라는 브랜딩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한국 사회의 실력이 절실하다는 호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다시금 호명했다는 점, 그리고 예방적으로 취해지는 다양한 조치가 어떤 근거로, 어떤 때 이루어졌을 때 정당한지를 국가가 설명해야 한다는 “민주적 책무성”을 강조한 부분이 저에게는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연구자들이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세상이 저절로 그렇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 그리 넓지 않은 공동체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열린인권강좌’라는 이름에서 기대할 수 있듯, 이 강의에서 나눈 자그마한 인권의 씨앗이 열린 사회로 퍼져나가 울창한 인권의 숲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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