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아시아 후기 2016

강좌소개

서울대 인권센터가 개최한 국제인권동계강좌 <인권과 아시아>는 참가자들이 아시아의 맥락에서 인권 이슈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장이었습니다.

이번 강좌에는 알바니아, 방글라데시, 카메룬, 중국,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몰디브, 네팔, 파키스탄, 싱가포르, 대한민국, 스리랑카, 대만, 태국, 네덜란드, 필리핀, 미국, 베트남, 짐바브웨 등 21개국에서 온 36명이 참가했습니다. 활동가, 연구자, 라디오방송 기자, 공무원,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 그리고 다양한 문화에서 온 참가자들은 여러 관점에서 인권 과제에 대한 생각과 경험들을 나누며 배움을 쌓아갔습니다.

강좌의 특징과 내용

본 강좌의 핵심적인 특징은 인권에 대해 배우고 분석하는 데 있어 간학제적인 접근을 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지구적으로 인권 이슈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더욱 더 복잡해져 간다는 점에서 이런 접근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여러 주제들에 대해 총체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인권옹호자들에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강좌에서 다루어진 주제들은 인권 메커니즘, 초국적기업과 인권, 표현의 자유, 젠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종교, 건강, 이행기적 정의 등 광범위했습니다. 2016년 강좌는 지속가능한 개발의제(SDG)나 기후변화 등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인권 이슈들도 포함하였습니다.

각 세션은 관련 주제들에 대해 폭넓은 지식과 전문성을 갖춘 13명의 전문가들의 강의, 발표, 조별 토론, 영상 상영, 사례연구 발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강사진은 사회운동가, 대학교수, UN OHCHR 사무소 대표, 전(煎) UN 인권특별보고관, 현 UN 실무그룹 멤버, 연구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참가자들 간의 공식적 및 비공식적 토론은 이 배움의 공동체가 함께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생각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본 강좌에서 참가자들은 인권 메커니즘의 규범 및 과정뿐 아니라 현실 상황의 맥락에서도 사고해야 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세션에서 우리는 “제한에 대한 제한” 그리고 요즘 떠오르고 있는 혐오표현과 사이버범죄 문제를 중심으로 배웠습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세션에서는 요그야카르타 원칙을 이용하여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개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였고, 종교와 인권에 대한 세션에서는 종교와 인권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며 특히 종교 및 종교적 정체성이 어떻게 인권 의제에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정치적인 힘으로 등장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

참가자들은 한국의 인권 단체 및 기관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먼저, 우리는 헌법재판소에 방문하여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부터 직접 재판 과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헌법재판소가 1988년 세워진 이래로 총 27,000건이 넘는 헌법소원을 접수 받았으며 헌법적 가치와 시민들의 자유 및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진보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헌법재판소 방문 뒤, 참가자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이주노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인권재단 사람 중 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단체 방문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한국의 풀뿌리 활동가들과 직접 만나 그들로부터 이 사회 내 여러 집단이 맞닥뜨린 인권 문제에 대해 배울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 단체 혹은 기관들로부터 참가자들은 인권옹호 전략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고, 이는 각자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하게 될 활동의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주노조 방문을 예로 들어보자면, 우리는 2003년에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명동에서 고용허가제에 대해 381일 동안 집회를 한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조합 지도자들은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차별과 고용주로부터의 부당한 대우가 종종 일어난다는 점을 말해주었습니다.

또 참가자들은 강좌기간 동안 강의를 통해서도 남한의 주요 인권 이슈들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조효제 교수는 한국 내 인권의 진화사를 다루었는데, 이를 한국전쟁의 역사 그리고 UN 및 기타 국제사회 행위자들과 한국 사이의 다면적인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탐구하였습니다. 그는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인권 이슈와 지리정치학적 이슈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에 대한 세션은 이 범죄가 가진 역사적 및 탈식민적 성격에 대해 논하며 많은 참가자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우리는 초기 생존자들이 어떻게 용감하게 침묵을 깨고 자신들이 겪어야 했던 잔혹한 일들에 대해 증언했는지를 담은 영상도 보았습니다. 요컨대, 이 세션들은 기층민들의 현실과 고난, 삶의 관점에서 인권에 대해 말함으로써, 단체 방문과 함께 참가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연구 및 옹호활동 계획

본 강좌 프로그램에는 “UN 인권 메커니즘을 통한 아시아 인권문제 해결”이라는 주제로 조별 발표를 하는 과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과제에서 각 조는 사례를 하나 골라 공동으로 조사하고 UN 인권 메커니즘을 이용한 애드보커시 전략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내 표현의 자유, 라오스의 강제실종 문제, 중국 노동자들의 권리, 한국의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최근의 논쟁, 태국 수산업계의 강제 노동 등 여러 흥미로운 사례들이 다루어졌습니다.

또 참가자들에게는 강좌 시작 전, 각자가 다루고 있는 주제를 기반으로 하여 연구 및 옹호활동 계획을 준비해오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강좌 시작 후, 우리는 각자의 연구 및 옹호활동 계획에 대해 강좌 책임자인 이주영 박사와 논의하고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과제들은 참가자들이 여기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 상황과 자신들의 활동에 적용하라 수 있게 하려는 본 강좌 프로그램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사례연구를 통해 옹호 및 연구 전략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제약과 사회정치적 요소들을 다 같이 고려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료 참가자들로부터 받은 여러 피드백은 생각을 발전시키고 분석적 기술을 계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인권을 향한 연대로

모든 참가자들에게 국제인권동계강좌 <인권과 아시아 2016>은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강좌가, 인권이 단순히 법과 이론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삶과 존엄성에 대한 것이며 모든 사람에게는 천부적인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함을 확인시켜주었다는 것입니다.

많은 인권 이슈들은 역사적 및 사회문화적 맥락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고, 최근 억압적인 구조와 힘이 더욱 강해지면서 인권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권과 정의를 향한 투쟁은 힘겨운 변화의 과정이며, 종종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이 강좌가 거둔 가장 주요한 성공은 바로 참가자 및 주최자들 사이에 연대와 유대를 세운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대와 유대는 변화를 향한 움직임에서 항상 핵심적이었으니까요. <인권과 아시아>를 통해 참가자들은 각자가 인종, 국적, 성별, 문화, 이데올로기를 불문하고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가진 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점을 깨달으며 연결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결과 연대는 강좌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이며, 모두를 위한, 모든 종류의 인권을 위한 우리의 헌신과 힘을 강화시켜줄 것입니다.
 
(Tsu Chong Chan 말레이시아 사회운동가)
 

참가자들의 후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이 강좌를 통해 많이 배웠고, 인권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권 보호를 위해 제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앤 모린 마니그바스 (필리핀, 아테네오 인권센터 인턴십 프로그램 담당자)

이 강좌는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자세하고, 유의미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국적, 다루어진 주제들, 강사진의 전문 분야 차원에서의 다양성은 우리로 하여금 아시아 내 인권에 관한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광범위하게 습득하게 했습니다. 인권 전문가와 활동가들에게 이 강좌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프릿 카우어 (인도, 기업과 인권 센터 남아시아 담당자)

인권과 아시아 프로그램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인권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놀랄만한 기회였습니다. 강좌를 기획한 인권센터는 모든 참가자들이 이 기회를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주었습니다.


나다 체이야짓 (태국, 트랜스/인터섹스 인권 활동가)

저는 특히 강좌 기간 동안 다루어진 주제의 다양성과 상호토론이 좋았습니다. 프로그램이 굉장히 탄탄히 짜여있었고, 강사진 역시 아주 훌륭했습니다!


이바 반 알스트 (네덜란드, BTC 베트남 하노이 지부 애드보커시 및 젠더 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