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아시아 후기 2014
강좌소개
<인권과 아시아>는 아시아라는 구체적인 지역적인 맥락에서 인권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인권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한국인 참가자 11명을 포함하여 총 22개국에서 39명의 참가자가 2주간 서울대학교에 모여서, 인권 분야의 전문적 경험을 지닌 국내외 전문가들의 강의를 집중적으로 들었습니다. 강좌기간 동안 총 16개의 강의가 진행되었고, 각 강의마다 할당된 읽을거리가 있었습니다.
이 강의에는 3시간 동안 주어진 주제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토론하는 세미나 형식의 강의와 강사가 자신이 연구와 현장경험을 통해 탐구한 바를 집중적으로 전달해주는 강연 형식,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주요 인권 쟁점에 대해 소그룹 별로 발표를 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 영화를 통해 해당 인권 쟁점을 둘러싼 역학을 이해하게 하는 방식, 또 캄보디아 국제정의재판 의제와 관련하여 일하고 있는 현지 활동가와의 국제화상통화를 통해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 등 매우 다양한 형식의 강의들이 포함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매 강의마다 활발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다양한 국가에서 자신들이 보고 경험한 바를 적극적으로 나누며 비교정치학적인 안목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법학부터 국제관계학, 인류학, 사학, 사회학, 보건학에 이르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연구자, 언론인, 정부기관이나 학교에서 일하는 법률가, 그리고 인권∙개발단체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은 각자의 특성을 십분 살린 질문들로 수업시간이 더욱 즐거워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아시아 내 인권에 대해 간학제적인 접근을 양성하려는 본 강좌의 목표와도 맥을 같이 했습니다.
강의와 수업시간 중 토론 외에도, 그룹활동도 참가자들이 아시아의 인권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다루기 위해 쓸 수 있는 전략을 상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6~8명이 한 조가 되어 현재 아시아 지역에 존재하는 인권 이슈를 하나 고르고 그것을 국제인권메커니즘을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연구했습니다. 열흘 동안의 토의와 고민을 거쳐 각 조는 강좌기간 막바지에 모든 참가자 앞에서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국내 차원으로만은 해결하기 어려운 인권문제를 실제적으로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렸습니다.
강좌기간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각 참가자들이 아시아 지역의 인권과 관련하여 자신의 연구계획이나 인권옹호활동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옹호활동 계획을 준비하는 데 있어 참가자들은 본 강좌를 기획한 이주영 박사(서울대학교 인권센터)와 해당 주제에 대해 논의하도록 독려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강사들로부터 뿐만 아니라 동료 참가자들로부터도 많은 영감과 배움을 얻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강좌에서 다룬 주제들
2주간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16개의 강의에는 국제인권규범 및 국제적인 인권보호 장치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일반적인 강의와 아시아 의 구체적인 인권 문제와 사례를 분석할 수 있는 강의들이 포함되었습니다. UN인권협약과 인권과 관련된 UN 산하 기관들의 역할과 작동 메커니즘에 대해 정리한 강의와 아세안 인권선언 같이 최근에 아시아 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인권 메커니즘에 대해 배우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강의는 국제정치제도적인 차원에서 ‘인권’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인권과 아시아>의 가장 핵심적인 강점은 바로 아시아의 구체적인 지역적 맥락에서 ‘인권’이 어떻게 이해되는지, 여러 아시아 국가에 존재하는 정치적 및 역사적 맥락들이 이 지역의 인권 상황에 어떤 조건으로 작용했는지를 일반론적인 논의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인권문제 해결과 관련한 실제적인 사례연구를 통해 탐구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아시아 여러 사회의 젠더 역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군사주의나 전지구화, 근본주의 같은 역사문화적 결을 고려해야 한다는 강의나 권위주의 정권이 있는 사회에서 인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시아 지역의 인권 문제를 사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영감을 제시했습니다. 인권에 대해 ‘실제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은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아시아 지역의 개발, 빈곤을 비롯하여 특정 인권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수준은 물론이고 그를 넘어 이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의 ‘진실과 화해를 위한 위원회’ 활동이나 캄보디아의 인권재판을 둘러싼 역학에 대한 사례 탐구, 그리고 시민사회가 아시아 지역 내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강의는 모두 우리가 ‘인권과 아시아’라는 주제를 탁상공론의 수준을 넘어선 차원으로 끌고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소위 ‘인권의 보편성과 문화상대주의 사이의 긴장’ 속에서 다양한 층위 혹은 종류의 인권이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도 우리는 실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기본적이지만 가장 실제적인 답을 얻었습니다.
“본 프로그램 2014 국제동계강좌 <인권과 아시아>와 관련하여 방글라데시의 주요 영자신문 The Daily Star 에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를 쓴 Mohammad Golam Sarwar 기자는 <인권과 아시아> 참가자 중 한 사람으로 이 강좌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자신의 경험과 소감을 덧붙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 강좌로 인해, 인권 문제를 실제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는 데 있어 보편적인 접근과 함께 각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맥락과 가치를 주요하게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함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방글라데시가 착취와 폭력으로부터의 해방을 기치로 내걸고 세워진 국가로서 여러 국제인권규범을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인권 실현 수준이 매우 낮다는 상황을 언급하며, 자국의 독자들에게도 인권문제의 제도적 해결에 있어 방글라데시가 갖고 있는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과 가치들에 방점을 두고 살펴보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기사 원문을 읽으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http://www.thedailystar.net/law-and-our-rights/fostering-human-rights-study-10760]
참가자들의 후기
참가자 11명을 포함하여 22개국에서 온 총 39명이 참가했습니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 네팔, 스리랑카, 티벳,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중국, 일본, 한국, 터키, 이란 등 아시아지역 출신의 참가자뿐만 아니라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나 유럽(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지에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였습니다. 참가자들의 다양성은 본 강좌가 촉진하고자 했던, ‘구체적인 지역적 맥락에서 인권에 대해 사고하는 연습’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정리: 임유경, 인권연구부]
“두 주 간 진행되었던 ‘인권과 아시아’ 강좌를 통해 제가 갖고 있던 몇 가지 목록은 더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먼저, 저는 좋아하는 교수님이 더 많아졌습니다. 버지니아 단단 교수님과 조효제 교수님과 같이 대한민국 안팎에서 저명하신 교수님들과 실제로 일선에 나서서 인권을 위해 일하고 계시는 분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제게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마음 속 깊이 자리잡아 제 꿈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둘째로, 저는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지고 해야 할 일이 늘어났습니다. 이 강좌를 통해 제게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제 꿈에 다가가기 위한 뚜렷한 목표와 앞으로의 연구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이제 여행할 곳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 강좌에서, 세계 서로 다른 곳으로부터 온 매우 뛰어난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그만의 고유한 우수함을 닮고 싶어졌습니다. 머지 않아 강좌에서 만난 친구들의 나라를 방문하면서 재회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 한국에서는 한국인 참가자들 사이에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우리 안에서 지속적인 발전과 더 끈끈한 사이를 만들어가도록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무척 기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인권과 아시아’ 강좌는 매우 많은 면에서 제게 무척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내년 혹은 앞으로 이 강좌를 듣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주저함 없이 참여하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분명 예상하는 것, 혹은 상상하는 것의 그 이상을 얻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은선(한국)
“저는 동남아시아 변호사 모임 회원들 사이에서 공유된 이메일을 통해 서울대 인권센터의 동계 강좌 <인권과 아시아>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임은 동남아시아 지역 변호사들의 네트워크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무실을 두고 있습니다. 이 메일을 읽으면서 저는 이 강좌에 재정 지원을 받고 참여하는 데 신청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사실, 참가할 수 있게 되리라고 큰 희망을 갖지 않았습니다. 신청 마감일에 서둘러서 겨우 신청서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전액 장학금까지 신청했었거든요. 진심으로 매우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서울대 인권센터에 감사 드립니다. 이번 교육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현재 제가 캄보디아의 지역인권단체(LICADHO)에서 선임 인권변호사로서 하고 있는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서울에서 보낸 2주간의 강좌기간 동안 저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의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또, 경험이 많은 강사님들의 훌륭한 강의를 통해 인권에 관한 저의 지식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교육은 끝났지만 저는 리가 함께했던 추억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으며 사람들과 계속 연락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다른 후속 강좌나 행사가 있다면 서울대학교에 다시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겨울엔 말고요. 제가 지난 겨울엔 서울에서 만나는 영하의 날씨에 대해 준비를 제대로 못했던 것 같습니다.”
친 리다(캄보디아)
“이 강좌는 아시아 지역에서 인권의 실현 혹은 비실현 뒤에 있는 복잡한 동학을 탐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또 학자 및 관련활동 종사자들과 함께 교류하면서 새로운 관점들을 만들어나가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라이언 빌러루얼(필리핀)
“2014년 <인권과 아시아> 강좌는 인권에 대한 역동적인 아시아적 관점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20여 개국에서 온 40여 명의 동기들과 함께 훌륭한 학자들과 전문가들로부터 배우는 것은 실로 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풍요롭게 하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강좌가 끝난 이후에도 여러 정보와 관점들을 교환하는 등, 새로 만들어진 우리 커뮤니티는 계속 연락하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 강좌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대단한 경험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인권을 더 잘 이해하고 강화하는 데도 지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라리사 커스텐(독일)
“서울대학교의 <인권과 아시아> 강좌는 인권 쟁점을 보는 관점에 있어 매우 필요했던, 반가운 변화였습니다. 저는 상호활동적인 성격의 강의들(특히 북한과 캄보디아에 초점을 맞추었던 강좌들)과 조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참가자들 간의 우정으로 인해, 이 모든 경험은 저에게 인식을 넓히는 효과뿐만 아니라 재미까지도 선사했습니다. 이 강좌를 조직하고 진행했던 분들께 찬사를 드리고 싶으며, 저를 초대해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클라리스 에스토니노스(필리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