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후기] 제6강: "인권으로서의 사회권의 발전"

관리자 2016-07-21 6,994

<제4회 열린인권강좌>
[후기] 제6강: “인권으로서 사회권의 발전”
 

(강연자: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오수미 (사회복지학과 박사수료)

 
6강은 사회권에 대한 내용으로 이번 열린인권강좌를 주관하시는 서울대 인권센터의 이주영 전문위원이 강의해주셨다. 시작은 현재 한국 마주하고 있는 사회권 침해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을 수리하던 하청업체 직원의 죽음이 보여주는 인권문제는 무엇일까? 플로어에서 생명권이라는 답이 나왔고 이주영 선생님은 생명권 문제이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의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이 둘은 따로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권(노동권)과 자유권(생명권)의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셨다.

다음으로는 “세 모녀 사건”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지켜지지 못해 발생한 문제로 소개되었다. 세 모녀는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실소득은 최저생계비 이하임에도 “추정소득”이 최저생계비 이상이라고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되지 못하였다. “추정소득”은 법이 아닌 일개 “안내서”를 근거로 한 것으로 위법으로 결정되었으나 ‘세 모녀’에게는 여전히 적용되지 않았고 이들은 죽음에 이르렀다.

                        

(사진: 안미혜)

                           
다소 비참하기까지 한 한국의 사회권 보장 사항을 돌아보며 사회권 발전의 시초로 돌아가 프랑스 혁명 시기의 사회권을 살펴보았다. 흔히 자유권적 기본권의 천명으로 유명한 프랑스 인권선언이지만 1793년 이루어진 지롱드파와 산악파의 두 인권선언문에는 이미 교육을 받을 권리와, 공공구제를 받을 권리, 하인 신분에 대한 부정을 통한 노동권 관련 조항 등 사회권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선언에 그치고 실제로 지켜지지 못하였다.

이후 산업혁명 시기 열악하던 노동자들의 현실과 민중의 삶을 알 수 있는 자료로 레미제라블의 대목들이 소개되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산업혁명이 처음 시작된 영국의 상황도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아동노동의 현실을 담은 사진이 이어졌다. 영국의 공장법은 1833년에서야 9세 미만의 아동의 노동이 금지될 정도로 이 시기 아동노동은 보편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평균 수명이 25살일 정도로 그 노동환경 역시 매우 열악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Chimney sweeper가 떠올랐다. 시에서는 sweep이라는 단어도 발음이 안되어서 (s)weep! 하고 외칠 수 있을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가 굴뚝 청소부로 팔려가게 된 내용이 있었다. 당시 산업혁명으로 굴뚝이 많아지고 그 굴뚝은 작은 아이들만 할 수 있어 5살도 안된 아이들이 굴뚝 청소를 하다 10대도 되기 전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단다. 이러한 문학작품에서 잘 드러나듯 산업화로 인해 부는 빠르게 증가했으나 그 부의 분배는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올라가는 물가로 노동자들과 민중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이는 노동운동의 발전과 혁명으로 이어졌으며 몇몇 국가는 사회주의화 되었다.

1919년 국제노동기구 설립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면으로는 공산화를 막기 위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안적인 측면으로도 볼 수 있었다. 즉, 노동조건기준을 만들어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사회주의로 이탈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 국제노동기구 설립배경이 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 헌장은 이러한 상황을 “세계의 평화와 화합이 위협을 받을 만큼 커다란 불안을 가져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의·고난 및 궁핍 등을 주는 근로조건”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기준을 만들고자 하였다. 근로시간 규정, 노동력의 공급조절, 실업 예방, 적정생활급의 지급, 직업상 발생하는 질병, 질환, 상해로부터 근로자의 보호, 등이 그것이다. ILO의 설립은 이어지는 세계인권선언, 인권규약에서 사회권이 보편적인 인권의 일부로 정착하게 하는데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사진: 안미혜)

한편, 국제 인권조약 중 사회권 조약에 비준하지 않아 사회권 미발달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세계인권선언 채택 이전에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회권 보장을 그 내용으로 하는 제2권리장전을 발의하는 등 사회권 보장의 움직임이 있었음이 소개되었다. 아쉽게도 루즈벨트 대통령의 사망과 이후 냉전으로 인해 채택되지는 않았으나 이 시기에 사회권이 보편적인 인권으로 자리매김하던 역사적 흐름 속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그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비극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반성 속에 산업화 이후 개선되지 않는 노동조건과 같은 사회적 불안과 불만이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낳는 직, 간접적인 조건이 아니었을까 하는 문제제기와 함께 사회권 발달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는 앞선 강의에서 소개된 세계인권선언(1948)과 두 인권규약으로 이어졌다. 이후 앞서 배운 세계인권장전에 대한 내용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지는 내용은 대한민국 헌법에 포함된 사회권 조항에 관한 것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교육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노동3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주거권, 보성보호, 보건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사회권 규정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전향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실제로 이 사회권 조항이 하나의 권리로 잘 보장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어진 헌법재판소의 사회권 관련 판례 내용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는 사회권과 관련된 헌법소원에서 국가가 생계보호에 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않는다던지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면 위헌이 아니라는 매우 소극적인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어서 소개된 남아공이나 독일의 헌법재판소에 사례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상당히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도 함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의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태도가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사진: 안미혜)

강의는 사회권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장벽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사회권은 자유권과 이분법으로 나누어지지 않으며 서로는 상호의존적이며 상호관련성을 가짐에도 이는 때때로 그렇게 여겨지지 아니한다. 한편, 국가의 현상유지를 하려는 편향성과 취약한 사회보장정책, 사회권에 대한 사법소극주의는 우리나라가 사회권 달성을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다.

앞서 이루어진 다섯 번의 강의를 아우르는 내용이자 이어질 구체적인 사회권 강의를 소개해준 귀중한 시간이었다. 빠른 말투에서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이주영 선생님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이런 소중한 강좌를 기획, 주관해 주셔서 많은 이들에게 인권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해주신 이주영 선생님에게 감사를 보내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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