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후기] &lt제 10회 열린인권강좌>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갈등과 한국 사회에서의 인종주의 (작성: 유용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관리자 2022-07-11 792

위장된 인종주의: 
<3강.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갈등과 한국 사회에서의 인종주의> 후기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석사과정
유 용 석

 눈 가리고 아웅해서야 되겠는가.

 이번 강의가 끝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대구 북구의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인종주의가 갈등의 기저에 놓여있지만, 부동산 문제나 경제권 등 인종주의가 아닌 여타 사회적인 갈등인 듯 포장하려는 형태를 보인다는 육주원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는 속담이었다.

 이슬람사원의 건립은 새로운 무슬림 거주민들의 유입이 아닌 기존 무슬림 거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2012년부터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무슬림 유학생들이 기도 공간 마련을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하였다. 하루에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려야 하는 이슬람의 특성상 조용한 기도 공간이 필요했으나,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교내 동아리방이나 작은 월세방은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 제약이 다분하였다. 이에 따라 무슬림 유학생들이 주로 소속된 경북대학교 공과대학 건물들과 근접하고 토지료가 저렴한 대현동에 2층짜리 건물 공사가 2019년부터 시작된다. 해당 건물의 용도가 이슬람사원, 즉 모스크로 사용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현지 주민들의 모스크 건립 반대 시위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공사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대구 북구청이 수용하면서 현재까지 해당 건물의 공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육주원 교수는 이러한 갈등이 마치 부동산 문제 등 내국인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일반적인 사회적 갈등인 것처럼 ‘위장’되었다고 설명하였다. 현수막이나 시위 피켓 등 이슬람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이들의 표현은 분명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혐오적인 표현으로 가득하였으나, 동시에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형태의 문구들도 내보이면서 도덕적 차원의 비판을 피하는 양태를 띠었다는 것이다.

 만약 해당 지역에 이슬람사원이 아니라 힌두교 사원이나 유대교 회당 혹은 동방정교 교회가 건설 중이었다면 그땐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을지 생각해보았다. 건립 반대를 외치던 일부 주민들이 “우리와는 ‘다른’ 문화이기에 함께 지내기가 힘들다.”라며 ‘차이’로 인한 갈등임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분명 그들의 목소리와 텍스트에는 ‘타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아닌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 노골적으로 등장하였다. 서구적인, 특히 미국적인 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데 익숙한 한국 사회는 사회적 차별과 혐오의 원인과 형태도 점차 서구적이고 미국적인 양상을 그저 쫓아만 가기 시작한 것은 아닐지 우려스러웠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본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을 통해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의 『문명의 충돌』을 반박한다. 즉, 문화는 ‘서로 다르기에’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헌팅턴의 주장에 대해 문화는 ‘서로에 대해 무지하기에’ 충돌한다고 비판한다. ‘다른’ 문화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는 곧 무지함으로 이어지며 이러한 무지함은 해당 문화에 대한 ‘왜곡’으로 이어지면서 특정 문화의 실체적인 면이 아닌 본인이 창조한 가상의 그리고 허구적인 이미지로 인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구 북구의 이슬람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이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이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이슬람의 실제 모습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일상화된 요즘,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정 알고 있는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뇌가 창조해낸 허구적이거나 가상의 혹은 왜곡된 정보를 사실과 실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혐오하는 것이 현실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 속에 있는 왜곡된 것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알고 있다고 착각하여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위를 그만둬야 할 순간이 도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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