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강.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 2015.7.14.(화)
작성: 김진성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인권강좌 여섯 번째 강의는 최근 서울시청광장에서 진행된 퀴어 문화축제, 미국의 동성결혼합법화 등으로 인해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해서 이루어졌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을 맡고 계신 나영정 선생님께서 강의를 진행해주셨다.
얼마 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한국의 퀴어 퍼레이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성소수자에 관한 담론들은 과거와는 달리 보다 양지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가 범죄와 병리의 영역에서 다루어졌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나영정 연구원님께서는 동성애 행위를 금지하는 일명 ‘sodomy law’과 미국 정신의학회 APA의 정신병분류체계의 예를 통해 그 역사적 사실을 지적해주셨다. 이제 정신병 항목에서는 배제되었지만 한국의 군 형법은 ‘항문성교’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등 아직까지 성적지향은 범죄 및 병리라는 범주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사진: 김진성)
성적지향을 범죄나 병리가 아닌 그 자체로 인정되어야 할 ‘정체성’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나영정 선생님께서 활동하고 계시는 연구회와 더불어 많은 시민단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계속해서 시도해오고 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여야 모두의 대선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기독교 종교권력의 극렬한 반대를 이겨내지 못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상태로 남아있다. 특히나 선생님께서는 성적지향이 정치인들에 의해서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히게 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 법안에서 빠져야 할 ‘문제의 핵’으로 지목받는 현실을 직접 활동에 참여하시면서 겪었던 사례들과 함께 소개해주셨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는 악의적인 네이밍에 맞서 성소수자들은 사회로부터 “우리를 삭제하지 말라!”라며 현재까지도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의 사회적 위치를 확보하고자하는 싸움은 단순히 시민사회의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성소수자 지원 단체의 설립 허가 신청에 대해서 인권 전반을 관할하고 있는 자신들의 활동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이를 거부한 법무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가 해당 사안에 대해서 얼마나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성적지향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가지는 정체성의 문제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존재가 낯설다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혐오와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은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자연스럽지 않다’라는 이유로 그들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기 전에 ‘자연스러운 것’은 과연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게 하는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