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1강: "페미니즘이라는 역사: 여성과 인권"

관리자 2018-07-10 2,926

[후기] <제6회 열린인권강좌> 제1강: "페미니즘이라는 역사: 여성과 인권"
(강연자: 조선정 인권센터장)
작성: 김현우 (정치외교학부)

 2018년 7월 3일(화요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주최한 <2018 제6회 열린인권강좌: 페미니즘과 인권>의 첫 강연이 열렸다. 총 7회에 걸친 이번 강좌의 첫 번째 강연은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장 조선정 교수(영어영문학과)의 “페미니즘이라는 역사: 여성과 인권”이었다. 이번 강연은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보여주듯 대형 강의실을 빈틈없이 채울 정도로 많은 수강생이 자리하였다. 이번 강연은 변화하는 시대상 속에서 역사적으로 페미니즘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무엇이었는지 개괄하여 살펴보는 기회였다. 페미니즘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제시된 페미니즘과 인권의 개념을 통해, 페미니즘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며, 앞으로 페미니즘이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할지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조선정 교수는 먼저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의 다양한 의미를 제시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페미니즘과 인권은 보편성이라는 주제를 공유하고 있으며, 인권의 정치학에서 페미니즘과 인권이 접점을 두고 맞닿아있다. 조선정 교수는 인권의 보편성이 환상, 허구,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인권의 보편성의 지평을 버릴 수 없을 것이며, 누가 인권을 말하는지, 정치적 주체화는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인권으로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으로서의 인권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을 통해 페미니즘이 다른 인권, 다른 가치와 충돌할 때의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조선정 교수는 1차 페미니즘 물결부터 포스트페미니즘이라 불리는 지금까지, 페미니즘이 직면한 시대상황과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을 설명하였다. 먼저 1차 페미니즘 물결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성참정권운동, 버지니아 울프의 시각을 통해 제시하였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남성의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여, 여성이 교육받지 못하고 이성적 존재로 간주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결국 여성도 인간이라는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주장에서 출발한 이러한 시각은 사회개혁적인 성격을 가지는 여성참정권 운동으로 나아갔다. 여성 참정권이 제도화된 이후 버지니아 울프는 ‘왜 여성은 가난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여성이 자신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고민하였다.
 
 1960년대, 70년대 시작된 2차 페미니즘 물결은 정체성의 정치였다. 이때의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을 주장하며, 젠더화·성별화된 노동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자매애는 강하다’등의 표어가 제시되고 젠더주류화의 개념이 부상하였다. 2차 페미니즘 물결은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포스트페미니즘의 시대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여성의 권리 신장은 이미 다 이루어졌다는 생각과 함께, 신자유주의 시대에 여성을 소비자 주체로 보는 시각은 페미니즘의 이슈는 이미 끝났으며, 페미니즘의 주장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어디에 와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여전히 전국의 모든 광역자치단체장은 남성이고, 여성 앵커에게는 남성 앵커와 다른 덕목이 요구된다. 낙태의 합법화와 여성의 선택권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숨겨져 왔던 여성의 목소리가 비로소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페미니즘은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된 이슈를 다뤄야 할 것이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수강생은 최근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의의 장에서 난민 인권과 페미니즘이 대립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미니즘이 대결이 아닌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에 조선정 교수는 최근 난민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시각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예멘 남성을 위험한 존재로 설정하는 순간, 그들은 어딜 가나 위험한 존재일 것이며, 그들이 한국 영토 밖의 어느 곳으로 가더라도 우리는 역시 그들을 위험한 존재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논리는 결국 ‘우리를 위협하지 마라. 우리를 지키겠다.’라는 안전 이데올로기의 재현일 뿐이라고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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